'노정환 검사의 중국 유학 생활기'라는 부제가 붙은 책이다. 북경 정법 대학에 유학한 경험을 자세히 기록해서 다음에 중국을 방문하는 사람들의 시행착오를 줄이자는 목적으로 기록하였다고 지은이는 말한다.

이 책을 읽으며 중국에 두 번 가 보았지만 내가 얼마나 수박 겉 핥기식으로 중국을 둘러 보았나 새삼스럽게 느끼는 계기가 되었다. 물론 잠시 관광을 하러 간 것과 머무는 것은 천양지차이긴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확실하게 기억나는 것은 중국은 전국적으로 외국인을 상대로 한 사기가 극성을 부린다는 것이다. 땅이 워낙 넓고 인구가 많아 정부에서 일일히 단속을 하기는 힘이 들겠지만 국가의 이미지를 생각한다면 하루속히 개선되어야 할 부분이라고 여겨진다. 지은이가 직접 겪은 일을 소개하는 글이기 때문에 실감이 나고 시간이 흐르면서 사기를 당하지 않는 방법을 강구하기까지 방법을 읽으면서 때로는 통쾌하기도 했다.

사람 사는 곳 어디나 마찬가지이겠지만 심지어 자기네 나라 사람들끼리 사기를 치는 장면과 사람의 심리를 분석한 대목에서는 노련한 검사를 보는 느낌이 들었다.

 

 지은이는 북경을 중심으로 쉽게 가 볼 수 있는 곳을 찾아 여행을 다닌 경험을 글로 써 놓았는데 곳곳에서 다민족 융화정책을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고 한다. 단일민족이라고 하면서도 늘 으르렁거리고 싸우는 우리 민족이 한번쯤 생각해 볼 일이다. 현공사에서는 부처를 가운데 하고 한쪽에 공자, 다른 한쪽에 노자를 모셔 놓은 삼교전을 이야기하며 불교 성전이면서도 이렇게 포용력있는 자세를 보인 중국 불교의 면모에 고개를 숙인다. 배타적이고 심지어 다른 종교를 무조건 폄하하기조차 하는 우리네 실정에서 볼 때 얼마나 여유와 지혜가 배어나오는 것인가.

 

다음으로 기억나는 것은 사천과 중경 지역 여행 중 도강언에 관한 대목이다. 도강언은 쉽게 말하면 수리시설이다. 기원전 3세기 경 이빙 부자가 민강의 범람을 막기 위하여 건설하였다고 하는데 지금까지 농업용수를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시설이다. 그 당시에는 그것을 건설할 때 얼마나 많은 반대와 저항에 부딪혔을지 모른다고 하면서 저자는 그래서 앞날을 내다보는 혜안을 가진 중국 사람들이 부럽다고 한다. 지금까지 다른 어떤 신보다도 더 존경을 받는 이빙 부자를 보면서 과연 관리는 무엇을 가장 먼저 생각하여야 하는지 다시금 생각하게 만들었다. 소신없이 하루에도 몇 번씩 자신의 이익을 따라 변하는 우리 나라 정책을 안 떠올리 수가 없었던 모양이다.

 

 다음에는 중국 했을 때 떠올리는 요리에 관한 이야기를 실었다. 세계적으로 중국 요리는 어떤 재료도 쓸 수 있다고 했던가. 나는 내가 다녀본 여러 나라 중에 중국 요리가 가장 먹기 힘들었다. 지은이는 이런 요리를 알기 위해 모험을 하면서까지 찾아 다니곤 했다고 한다. 요리가 그 나라 사람을 아는 방법의 하나이고 문화라는 생각에. 어쩌면 그런 적극적인 자세가 있었기에 이 책이 나왔을 수도 있겠다.

 

 아무튼 공부도 열심히, 구경도 열심히, 그리고 그 나라 소개도 열심히 하는 열정을 가진 저자에게 박수를 보낸다. 무엇이든 찾는 자에게 오게 되어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