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가라, 서커스'는 천운영의 첫번째 장편소설이라 주목을 받는 작품이다. 주로 단편을 썼던 작가는 이 작품을 통해 자신의 변화를 모색하는 것 같다.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처음에 중국의 기예단 서커스를 보는 것으로 내용이 시작된다. 맞선 여행을 가서 스케줄의 일부로 서커스를 보며 주인공은 사람들이 보는 서커스를 진짜 서커스와 측은한 서커스로 구별하며 진짜 서커스는 사람의 목숨까지도 위협한다는  사실을 감지한다. 사람들은 바로 그런 위험한 서커스에 열광하는 것이다. 주인공 윤호의 형도 그렇게 다른 사람에게 위험한 모험- 서커스라 생각함-을 보여주다 목소리를 잃게 된다.  형의 그런 모습이 자기 때문이라는 죄의식을 갖고 윤호는

중국으로 형의 배우자를 만나러 형과 함께 간다. 그리고 형이 결혼을 함으로써 자기의 무게가 가벼워질 것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중국에서 림해화라는 여인을 형수로 맞는다. 겉으로는 그렇게 일이 진행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윤호는 어느 순간 형수에게 다른 마음을 먹게 되고 그런 자신을 이기지 못 해 보따리 무역상이 되어 배를 탄다.

 

 반면 림해화를 통해 서술되는 이야기는 이렇다. 다른 주인공인 림해화는 자신이 어렸을 때 만났던 사람을 그리워하며 한국행을 택한다. 속초 어디선가 불법 체류자가 된어 전전한다는 사람은 발해사를 전공한 사람으로 자신의 뿌리를 찾으려고 몸부림치는 사람이다. 어렸을 때 발해 고분에서 만났던 그 사람에게 사랑을 느끼고 그 사람이 간 곳을 향해 왔으나 자신을 맞고 있는 것은...

 

 그러는 와중에 당뇨로 고생하던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동생마저 배를 타자 형은 정신적인 의지를 잃어버려서 림해화를 학대하고 그가 도망갈까 봐 불안하여 전깃줄로 묶어 놓기까지 한다. 하나의 위안도 없자 결국 림해화는 다른 조선족처럼 떠돌이가 되고 동생을 따라 배를 탔던 형은 어느 날 바다 위로 몸을 날린다.

 

 이렇게 윤호와 림해화라는, 씨줄과 날줄로 교직하여 진행되는 이야기 속에서 지은이는 조선족들의 비애와 우리 민족의 모습을 비추고자 한 것일까? 중국이 발해와 고구려를 자기네 영토내의 소수민족이라는 '동북공정'을 주장하는 때에 우리는 과연 우리의 정체성과 우리 동포들의 삶을 위해 무엇을 했나 돌아보게 된다.

 예상보다 무거운 주제 앞에 어쩌면 모든 사람들은 자기가 감당할 수 있을 만큼의 짐을 지고 태어난다는 말에 대해 부정하고 싶다. 그런 짐 앞에서 허덕이는 내 모습이나 거부하고 싶은 것들에 대해 말이다. 주인공도 그런 생각을 하나 막상 그 짐이 하나도 남지 않았을 때 허전함을 감당하기도 힘들어 한다. 삶이란 그렇게 모순덩어리가 아닐까? 우리는 늘 그렇게 서커스를 하며 살아가고 있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