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과 팽이'라는 독특한 제목을 가진 책은 생물학자 권오길의 생물 에세이다.

'달팽이 박사'로 알려진 권오길 박사는 주로 달팽이와 고둥을 연구하는 학자이다. '달과 팽이'라는 제목은 달팽이를 따로 떼어 온 것이라는 설명이 곁들여져 있다. 물론 하늘에 떠 있는 달과 땅에서 팽팽 돌아가는 팽이가 합해져서 달팽이라는 이름이 지어졌을 거라는 자신의 평소 생각을 바탕으로 말이다.

 

 지구상의 모든 생물은 생존 가치가 있다고 지은이는 力說한다. 사실 이 책을 읽어가다 보면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공생의 현장을 무수히 만나게 된다. 천적조차도 어떤 관점에서 보면 그 생물이 살아야 할 이유가 된다. 독이 강하다고 소문난 지네도 사람의 침 한 방울에 목숨을 다한다고 하지 않는가. 우리에게 해충이라고 알려진 것들도 천적을 만나면 쉽사리 그 생명을 다하는데 그것이 바로 생물을 연구할 가치가 되기도 한다.

 사람에게도 천적이 있단다. 물론 쉽사리 생각하면 비듬, 무좀, 곰팡이도 우리의 천적이고 여러 가지 바이러스도 우리의 천적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저자는 자신의 천적은 다름 아닌 자기 자신이라고 말한다. 겉의 나와 속의 나, 두 개의 나를 가진 내가 바로 천적이란다. 결국 자신의 모습을 어떻게 가꾸느냐에 따라 달라진다는 것이겠지.

 요즘 우리 사회는 쉽게 돈 벌고 눈에 띄는 것에만 매달려 기초과학은 뒷전으로 밀려나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기초과학 없이 다른 과학의 발전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라는 것을 아는 사람들은 다 안다.

 

 저자는 생물을 연구하면서 거기에서 심오한 철학을 접하게 된다. 바로 '내가 지금 서 있는 곳은 어디인가?'하는 물음이다. 끊임없이 자기가 존재하는 것에 대해 그리고 지금 자기 위치에 대해 고민하면 잠시라도 허투로 살게 되지 않을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치열하게 삶을 영위해 나가는 노학자의 면모에 고개를 숙이게 된다. 이렇게 외곬으로 한 우물을 파는 사람이 있기에 수레바퀴는 제대로 굴러가고 있을 것이다.

 

 오늘도 추운 바닷바람을 맞으며 고둥을 잡고,아니면 어촌 시장바닥을 헤매고 있을지도 모르는 사람들에게 격려의 박수를 보내며 모든 생물체가 한쪽으로 기울어짐 없이 공존하는 세상이 바로 그들이 바라는 세상, 생명이 살아 있는 세상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모든 생물체가 균형을 이루고 살 때 환경 오염도 해결되고 생명도 뿌리내리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