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고 나서 한동안 아무 생각이 나지 않았다.

평양에서 수용소에 끌려 갔다가

연길 거쳐 상하이, 마카오 그리고 대한민국 서울과 미국 뉴욕, 스위스까지.

참 숨이 막히는 여정이다.

아니 이걸 여정이라고 말하면 안 될 것이다.

목숨을 걸고 간 길이 어찌 여정이 될 수 있겠는가.

 

 이 이야기는 자폐증을 가진 소년이 수용소를 탈출하면서부터 시작된다.

오직 숫자로만 세상을 보는 소년 길모.

수를 통해 세상을 보지만 그의 특별한 능력 덕분에

어디를 가든 그의 능력을 알아보는 사람과 그것을 이용하려는 사람들이 있다.

그것이 때로는 그를 구렁텅이에 빠뜨리기도 하고

때로는 자신이 찾는 영애- 수용소에서 만난 강씨 아저씨가 부탁한 딸 - 를 만나게 되는 계기를 만들기도 한다.

 

 아무튼 수학에 천재적인 능력이 있지만 단순하고 순박한 소년이 거친 세상을 거치면서도

자신이 마음을 준 단 한 여자 영애를 찾기 위해 세상을 떠도는 이야기는 따뜻하면서도 눈물겹다.

 

 책을 읽는 동안 소년의 마음이 그려져서 가끔은 가슴 뭉클하기도 했고

가끔은 답답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내가 소년이 된 양 뉴욕의 CIA 요원이지만 소년의 특성을 파악해 숫자로 그에게 접근해서 마음을 열어가는 안젤라에게 기대하게 된다.

 

 수학!

세상에서 가장 명쾌한 학문일 것이다.

고등학교를 졸업하면서 수학과 인연을 끊었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참으로 많은 수학적 진실과 대면하게 된다.

그러면서 나도 數가 참 아름답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물론 책 속에 나오는 수학적 명제나 원리를 다 이해하지도 못 하면서.

 

 작가에 대한 기본적인 신뢰가 있었지만 이 책 역시 손에 땀을 쥐고 읽게 된다.

재미있으면서도 인간에 대한 생각을 참 많이 하게 되는 책이다.

북한의 사정, 탈북자들의 사연, 미국 밀입국자가 되는 과정 등

여러 가지 자료를 찾느라 작가가  꽤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단숨에 책을 읽었지만 그 후 생각하는 시간이 더 많았던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