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을 오르는 것은 곧 마음의 본질을 오르는 것이다.'

이 트레킹 코스의 이름이자 시에라 클럽을 만든 인물인 존 뮤어가 한 유명한 말이다.

스페인의 산티아고 트레일, 캐나다의 웨스트코스트 트레일과 더불어 세계 3대 트레일로 꼽힌다는 미국 서부 존 뮤어 트레일.

무려 358km에 달해 종주를 하기 위해서는 20일 정도 소요된다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다는 길,

곰과 사슴이 수시로 출몰하고 걷는 도중 만나는 호수에서는 송어떼가 반짝이는 곳,

자연 보호를 위해 하루 150명 이상 출입을 시키지 않는다는 곳.

 

 책을 읽는 동안 나는 내가 책의 저자와 함께 걷고 있다는 착각에 빠져 숨이 가쁘고, 곰의 소리에 놀라고, 송어떼가 노니는 호수에서 수영을 즐겼다. 그리고 책 속의 멋진 사진을 감상하면서 혼자 웃기도 하고 눈물짓기도 했다. 왜 사람은 지극히 아름다운 것을 보면 눈물이 나는 걸까?

 

 사실 쉬운 일정은 아니다. 히말라야처럼 포터를 기용할 수 없으니 텐트와 침낭, 자신의 식량과 필요한 의약품 등을 모두 자신이 짊어져야 하는 일정이다. 게다가 말이 그렇지 야영을 하면서 20일 계속 걷는다는 것이 어디 쉬운 일인가? 그러나 나는 가능하든 아니든 내 인생의 목표 하나를 추가했다. 꿈이 있다는 건 또 하나의 도전 아닌가.

 

 미국의 서부 요세미티 국립공원을 출발해 킹스 캐니언 국립공원을 경유해 세코이아 국립공원까지 가는 일정이 존 뮤어 트레일이다. 물론 저자 일행은 간 김에 미국 대륙의 최고봉 휘트니봉까지 거쳐 하산을 했다. 지도를 보면서 내가 숨이 차다. 밤마다 모닥불 피워 놓고 낚시로 잡은 송어를 구워 먹고, 텐트에 누워 하늘에 뿌려놓은 별들을 바라보며 노래도 부르고 자연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밤. 상상만으로도 멋지다. 가끔 산행을 하면서 산에서 맞는 밤에 느끼는 경이가 새로운데 그 광활한 자연 속에서는 얼마나 대단할까?

 

 기억할 것은 아주 오래 전 존 뮤어가 50년이나 논란이 되었던 헤츠헤치 댐 건설에 반대해 세계적인 환경 단체인 시에라 클럽을 만들어 힘을 모았으나 결국 댐이 만들어졌다는 것, 그러나 지금 그 댐의 해체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어 조만간 사라질 위기에 있다고 한다. 그 댐으로 인해 주변 경관이 엉망이 된 것은 물론이다. 우리 나라도 얼마 전 동강 댐 건설을 두고 말이 많았었다. 그때 시에라 클럽의 부회장이 김대중 대통령에게 편지를 보내 동강댐 건설이 무산되었다는 사실을 책을 통해 알았다. 그 댐이 만들어졌다면 먼 후일 헤츠헤치 댐처럼 나중에 해체될지 누가 알겠는가.

 

 자연의 주인은 우리가 아니다. 바로 자연 그 자체이다. 인간의 오만함에서 벗어나 자연과 공존하려는 생각과 자세를 가질 때 이 지구가 더 아름다운 곳이 되지 않을까? 책을 읽는 내내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