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을 가다. 한강을 바라보이는 강북의 어느 곳에서 살고 있지만 한강은 언제나 먼 것 같다. 천성이 게으른 탓에 한강변을 구경간 적도 데이트를 하러 다닐 때 딱 한번 가보았던 것이 전부인 것 같다. 그런 내가 아이를 낳고 아이가 학교에 들어가면서 같이 본 여러가지 책에서 환경에 대한 문제에도 눈을 뜨게 되었고 우리나라의 젖줄인 한강에 대해서도 궁금해졌다. 과연 한강은 어떤 곳일까. 안전할까.. 우리가 아는 서울에서의 한강말고도 경기도까지 뻗쳐있는 한강에 대해서 얼마나 알고 있을까...

이 책은 그런 목마름을 단숨에 해결해줄 해결사였다. 고목나무샘에서 보구곶리까지 라는 부제에서도 보이듯이 듣지 못했었던 순수한 우리말 아름다운 지명들과 아름다운 한강의 모습에 시선을 빼앗기게 되는 책이다. 두툼한 책을 읽다보면 지은이의 집요한 한강탐험에 정말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어떻게 이런 곳까지 다 알고 갔을까..습지생태를 주로 연구하는 한국생태문화연구소 소장님답게 한강의 습지에 대한 모든 것이 망라되어 있는, 정말 소중한 책으로 느껴진다.

게다가 얼마나 아름다운 우리 언어가 빛을 발하는 책인지! 머리말부터 다르다. 우리네 사는 모양도 강물 따라 흘러간다라는 머리말하에 물길 하나, 땅 위에 솟아나온 검룡(금대봉,검룡소).  물길 둘, 굽이굽이 흐르는 아라리 가락(골지천, 동강할미꽃). 물길 셋, 넓어지고 깊어지는 회환(어라연, 청룡초 관음송, 삼봉).  물길 넷, 돌아올 수 없는 강물(충주호 아래, 탑평리 안개, 솔미 강변).  물길 다섯, 안개 속에 갇힌 물(신륵사 풍경소리, 여강물, 금사리 강태공, 두물머리). 물길 여섯, 다시 피어오르는 물 향기(미사리 갈대밭, 굽이치는 반포, 난지).  물길 일곱, 새로운 시작을 향하여(장항습지 강대밭에 고라니 달음질치고, 임진강 얼싸안고) 처럼 생태를 연구하는 분의 넓은 마음만큼 참 아름다운 에세이를 한 권 읽는 것 같다.

소제목마다 마치 조선시대로 돌아간 듯 구수한 우리말과 우리지명 그리고 당시의 생태까지 확인해 보며 현재의 모습도 확인해 볼 수 있다. 가을이면 단풍으로 곱게 물드는 싸리재의 사스래나무 숲의 사진은 정말 우리나라인지 싶게 장관이다. 삼수령의 자작나무도 왠지 유럽에 온 것 같은 느낌이고...한강 구석구석에 이렇게 아름다운 생태가 있었다니 정말 몰랐었다. 아이들과 테마를 정해서 이 책에 나온 곳을 중심으로 여행을 다녀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아름다운 강과 산과 숲과 습지가 있는 곳...바로 우리네 한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