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이 얼마 남지 않은 요즘 ‘정치란 무엇인가’를 다시한번 생각하게 하는 책을 만났다.

한비자(韓非子)는 한(韓)나라의 학자이며 법가 이론을 집대성한 한비(韓非)를 설명한 책으로 이미 유명하다. 이 고전을 분석하고 설명한 새로운 책 ‘한비자’는 요즘의 정치에서 추구해야 할 진정한 정의가 무엇인지를 분명하고 단호하게 말하고 있다.

 

요즘의 중국에서는 중국의 전통적인 사상과 지혜를 교육하는 ‘국학 부흥 운동’이 한창 이라고 한다. 이것은 중국 수천년의 역사 과정에서 위기 때마다 중국을 강하게 붙들어 주었던 선조들의 지혜를 배우자는 주장으로서, 이 운동의 중심에 한비자에 대한 연구가 있다. 법가와 한비의 가르침이 오늘날의 중국 형성에 중요한 역할을 한 중국 통일과 안정의 원천임을 인정하기 때문이다.

 

고대 중국 전국시대 말기 일찍이 형법과 법술을 익혀 중앙집권적 봉건전제정치 체제를 적극적으로 창도한 법가 이론의 집대성자인 한비는 전국기의 냉엄한 국제 정세하에서 다른 나라에 침략당하지 않으려면 무엇보다도 먼저 부국강병을 주장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군주가 강력한 통치 권력을 직접 관장해야 하며 빈틈없는 권력체계를 정비하는 길만이 통치의 요체임을 강조한다.

그렇기에 누구에게나 평등한 법치가 있어야하며 이 법치에 따라 공평한 상과 벌이 주어져야 한다는 법치주의가 탄생한다.

사기(史記)에 기록된 한비(韓非)를 보자면 ‘한비는 한 나라의 공자이다. 그는 형벌과 면분을 통치의 기준으로 하며 법에 의한 지배에 관한 학문을 즐겨 추구하였다.’고 기술되어 있는데 이는 한비를 가장 적절히 설명한 부분이라 한다.

물론 죄에 대한 형벌이 있었고 법치주의를 주장하던 많은 학자들이 그들의 사상에 불만을 가진 기존 세력에게 잔인한 최후를 맞는 시련의 역사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법치는 통치자만을 위한 도구가 아닌 국가의 기틀을 잡고, 지도자의 책임을 명확히 하며, 국민들의 안정을 보장하는 가장 강력하고도 효율적인 정치였으며, 특권을 허용하지 않고 법과 원칙을 평등하게 적용하는 현대 민주주의의 초석이 되었음은 말할 나위가 없겠다.

 

책은 총 6장으로 구성되어 1장과 2장에서는 한비가 활동했던 시기의 상황을 알리고 한비와 한비 이전의 법가사상을 개괄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3장에서는 중국 역대의 통치이념으로 유교 사상과 법가 사상이 어떤 형태로 존재해왔으며, 이들의 접합점이라 할 수 있는 황로사상이 어떤 역할을 하였는지 상세히 밝히고 있다.

4장, 5장에서는 역대의 정치 지도자들과 황제들을 다루고 있으며, 6장은 오늘 중국의 정신을 형성한 근대 이후의 사상가들이 법가의 가르침을 어떻게 실제 총치에 적용해 왔는지를 실증하고 있다.

 

책이 다소 어려운 것은 사실이다. 꽤 많은 시간이 필요하기도 하다.

하지만 이 책을 통해 얻을 수 있는 다양한 사상에 대한 지식과, 현대 정치와의 상관관계를 이해하고 나면 나름 재미있고 가치 있는 시간이 될 것이라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