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광대학교 광주 한방병원 김성철 교수

PD_ 동의보감에 혹시 루게릭병 환자가 있으면 이렇게 다스리라고 나온 게 있습니까?

김성철 교수_ 동의보감에 이러한 증상들에 대해 여러 군데 언급이 되어있지만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하나는 근위병이라고 하는 근육이 마르면서 위축이 되어 처져 버리는 경우를 말하는 근위증인데 간의 열을 내리라는 치료방법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그 다음에 루게릭의 특징을 가진 수상수축이라고 것이 있고, 상한이라고 하는 근육병이 있습니다. 상한에 걸리면 심한 떨림이 오고, 으슬으슬 춥고 땀을 흘리는 등 감기와 비슷한 증상을 겪습니다. 다른 증상들이 다 좋아져 땀이 멈췄는데도 계속해서 근육이 뛰면 그것은 반드시 혈이 부족해지는 혈의 증상이기 때문에 사물탕에서 가감한 처방이 제시가 되어 있습니다. 그런데도 근육이 말라간다면 결국은 사망할 거라는 예후까지도 기록되어 있습니다.

PD_ 간을 다스리는 방법 중에 침처방만 나와 있나요? 음식 치료법은 없습니까?

김성철 교수_ 매실 종류의 한약재 중에 오매라는 한약재가 있습니다. 이 오매는 살균 효과가 강합니다. 이 오매를 처방에 넣어서 사용합니다. 또한 모과에는 근육병을 치료하고 근육의 강직을 풀어주는 성분이 들어 있습니다. 그래서 모과를 근위증에 많이 쓰라고 하는 것을 주목해야 한다고 봅니다. 매실이나 모과차 외에 마늘이라든지, 유황 성분이라든지 이런 성분들이 상한에 의해서 생기는 근육의 떨림과 축상수축이 심한 경우에 응용할 수 있는 음식들이라고 봅니다.

PD_ 침을 사용하는데 동의보감의 역할은 어떠합니까?

김성철 교수_ 동의보감이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조선시대 때 침술치료를 부흥시키는 결정적인 책이 바로 동의보감입니다. 동의보감 침구 편은 침술이 잘 정리 되어있는 침구서적입니다. 그런 침구서적을 근간으로 해서 사암침법이 태동하게 되는데 사암침법에 따르면 이러한 증상에는 오장에 열이 있는 것으로 보고 그에 대한 침처방과 경혈이 정확하게 표시되어 있습니다. 오장의 열에 의해서 윗증이 심하면 루게릭과 비슷한 증상이 생깁니다. 폐에 열이 생기면 운동신경 마비를 초래하는데, 특히 안면마비가 옵니다. 폐기능이 떨어지면서 안면마비도 오고 호흡 마비가 오는 그런 형태의 마비를 초래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간에 열이 있는 경우 힘줄 등이 많이 늘어집니다. 온몸에 있는 힘줄이 전부 약해지고, 늘어지는 증상을 초래하는 것입니다. 비장에 열이 있을 때는 사지의 힘이 없어지고, 심장에 열이 있을 경우 온몸에 힘이 풀려 맥동까지 약해지는 현상들이 나타납니다. 신장에 열이 있는 경우에는 뼈자체가 약해지면서 목뼈도 주저앉을 뿐만 아니라 어깨관절이 빠지면서 탈구가 되어서 어깨가 쳐지고 늘어져버리는 증상들이 나타나게 됩니다.

PD_ 그런데  침술이 루게릭에 왜 효과가 있나요?

김성철 교수_ 침을 맞으면 신경에 자극을 주기 때문에 중추신경계에 자극이 되어 신경이 되살아나는 데 큰 도움을 줍니다. 여러 가지로 기능이 떨어져 있던 환자가 침 맞은 부분을 회복하는 데 도움이 되는 겁니다. 루게릭병은 사실 신경이 망가져서 생기는 병입니다. 특히 중추신경 중에 운동신경세포가 파괴되어서 퇴행하다가 죽는 신경계 질환이기도 합니다. 때문에 침자극 자체가 신경계를 보호하고, 잊혀진 기능을 되살리는 데 효과가 있는 것입니다.

PD_ 지금까지 150명을 대상으로 임상실험을 했는데 그 실험내용에 대해 설명해 주십시오.

김성철 교수_ 임상연구는 7년 전인 2002년부터 시작을 했습니다만 그때는 환자들이 지금처럼 많지 않고, 왔다 갔다 하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임상연구의 연속성과 신뢰성들이 좀 떨어집니다. 그러다가 2008년부터는 여러 변수들을 없애고 보다 정확한 임상결과를 얻기 위해서 임상연구의 틀을 정확히 짜서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일단 처음 4개월 정도의 임상연구 결과를 발표 했고, 지금은 1차 임상 연구한 환자들이 평균 발병기간 4년이 되는 이번 6월을 기준으로 그분들의 생존기간이 얼마나 늘어났는지 보는 장기적인 임상연구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루게릭에서는 발병 후 4년이면 평균적으로 50% 정도가 사망하는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에 이 연구는 중요하다고 봅니다.

PD_ 지금까지 치료 효과는 어떻습니까?

김성철 교수_ 병이 진행되는 속도가 현저히 늦어지는 결과를 보이고 있습니다. 약 4개월 정도 진행된 임상병리 결과를 보면 병 진행 속도가 상당히 늦어진 것을 논문으로 정리해서 발표하였습니다. 이러한 결과들이 조금씩 모이면 분명히 수명을 연장하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봅니다. 영국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 박사처럼 루게릭병이 발병한 후에도 45년 동안 생존한 예도 있습니다. 루게릭 환자들이 생명을 포기하지 않고 이겨낼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지고 건강을 찾기 위해 열심히 노력해간다면 충분히 생명을 연장할 수 있고 삶의 질도 높일 수 있지 않나 그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PD_ 밥도 못 먹던 환자가 밥도 먹고 말도 하는 이런 경우가 흔히 있습니까?

김성철 교수_ 그런 경우들이 종종 나타납니다. 미음밖에 먹지 못했던 환자가 진밥을 먹게 된다든가, 손가락을 못쓰던 환자가 손가락을 까닥까닥 움직인다든가, 8개월 동안 전혀 무릎 자체나 발가락을 못 움직였는데 무릎을 살짝 움직인다든가 하는 증상들이 나타나고 있지만 이런 증상들이 완치로 이어지는 것까지 확인하지는 못했습니다. 이런 증상이 나타나면  환자들이 굉장히 기뻐하시지만 제가 봤을 때 이런 현상들은 아직까지는 생명을 좀 연장시키고 증상을 다소 개선시키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따라서 단기간의 효과가 나타난다고 해서 꼭 완치된다고 확신을 가지는 것은 아직은 무리가 있습니다. 하지만 확실하게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은 장기적이고 지속적으로 치료를 계속하여 언젠가는 이겨낸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