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영복 선생의 글에서는 향기가 난다. 그 향기는 그윽하다거나 향기롭다는 말로 충분하지 않다. 그 향은 겸손하다.  그것은 시간과 공간, 이념과 역사의 장벽을 넘어 어느 곳이나 돌아 다닐 수 있는 자유로움과 경쾌함이다. 그것은 달콤함이 아닌 따스함이 배어나오는 사랑의 향기다. 그 향은 코끝에서 눈으로, 그리고 머리에서 마음 속으로 돌아다니다 이곳 저곳을 자극하며 그러다 나도 몰래 뭉클함을 감출 수 없어 눈물을 토해내게 하는 감동이다. 그 향은 강하지 않다. 그러나 그 향엔 진한 중독성이 있다. 그리고 오랫동안 가슴이 기억하는 향기로 남는다. 

이 글은 신영복 선생이 1년간 세계를 여행하면서 썼던 여행기이다.  여행... 우리의 여행은 언젠가부터 여행사가 정한 무리 틈에 끼어 낯선 곳으로 가고 사진을 찍고 현지 음식을 맛보고 지겨워지면 한국 음식도 먹다가 돌아 오는 것이 되었다. 또 어느 순간부턴가 리조트에서 쉬다가 자다가 먹다가 남는 힘이 있으면 면세 쇼핑하는 것이 되었다. 얼마나 무미건조한가? 

여행은 상상이다. 여행은 곧 마음으로 하는 것이다. 몸이 있는 그곳에서 그 곳을 지나간 유구한 시간의 자취를 마음으로 바라보는 것이다. 그 시간 속의 사람들과 삶들을 상상하는 것이다. 그것은 때로 그 사람들의 시선으로 이방인인 우리를 쳐다보는 일이다. 그것은 우리와 다른 삶이 되어 그들의 삶을 만져보고 섞여 보고 느껴 보는 것이며 이해하는 것이다. 여행, 그것은 순간 순간의 새로움에 가슴 설레는 일이다. 그것은 환상을 정리하는 일이며 예상치 않았던 새로움을 만나는 일이며 새로운 기억을 만드는 일이다. 

그래서 여행은 그 목적지 선정서부터 막연한 사지선다식 선택이 아닌 머리와 가슴에서 나오는 곳들로 리스트를 짜고 우선순위를 정하는 일이다. 우선 순위는 우리의 디지털 카메라가 정해주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이성과 감성이 정해주는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신영복 선생의 감상의 단편들은 언제 어느 순간에라도 우리 이성과 감성을 자극하여 떠나려는 마음을 심어주는 글이다. 

우리에게 외국은 생소하다. 외국을 경험하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니다. 우리나라는 아직 비행기를 타지 않고서는 외국에 가지 못하는 섬나라이기 때문이다. 나는 상상한다. 언젠가는 부산역에서 KTX를 타고 만주나 블라디보스토크에가고, 거기서 대륙 횡단 열차로 갈아 타고 파리로 가고 또 파리에서 런던까지, 태평양에서 시작해서 대서양까지 가는 세상에서 가장 긴 유라시아 육로 여행을...그리고 나는 꿈꾼다. 우리의 아이들이 방학때 자동차로 대륙횡단을 하고 백두산 야영지에서, 황량한 몽고 어느 사막에서 찬란한 별빛을 보며 캠핑하는 날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