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스님을 처음 만난 것은 약 15년전 류시화 시인의 편집본 ’산에는 꽃이 피네’를 통해서였다. 스님의 소박한 삶에서 오는 통찰을 통해 내 삶을 돌아 보며 적지 않게 느끼고 배우며 반성했다. 

스님은 얼마 전 열반하셨다. 불교계는 스님의 유지를 따라 그의 삶을 정리하였다. 그는 본의 아니지만 (출판인의 청탁으로) 유언을  40여년 전 ’무소유’에 적고 있다. 그의 삶은 철저할 정도로 소박함을 보여준다. 화려한 장례를 치루지 말고 대신 그냥 평범하게 아무데서나 다비(화장)식을 치루라 했고, 무덤도 만들지 말라고 했다. 사리를 줍는 일도 원하지 않았다. 다만 동화책 몇권이 남아 있다면 아침에 신문배달하는 소년에게 남기고 싶다고 했다. 뉴스에서는 그 소년을 찾았다고 했는데, 그 소년도 이제 적어도 지천명(50)을 바라보는 나이가 됐으리라. 그 분이 받을 책은 아마도 생텍쥐뻬리의 ’어린왕자’가 아닐까 생각된다. 스님이 당시에 스무 번이 넘게 읽은 ’동화’책이니까, 그리고 삼십 명이 넘게 선물한 책이니까......

무소유는 어린왕자 못지 않은 세상에 대한 따스한 사랑이 깃든 통찰을 제시한다. ’수연스님’의 이야기를 읽을 때는 가슴이 너무 뭉클하여 눈물이 나오는 것을 참을 수가 없었다. 덕분에 뻑뻑해진 눈이 다소 편해지기도 했다. ’수연스님’의 일화는 자비와 사랑에는 많은 말이 필요 없음을 말해준다. 침묵의 위대함! 침묵의 여운은 말이 필요한 상황에서 그 위력을 발휘한다. 그래서 스님은 더 나아가 단순 명료하지 못한 표현들을 경계한다. 즉, 말의 찌꺼기, 불필요한 접속사와 대명사와 수식어들이 말의 갈래를 쪼개고 명료한 진리를 어둡게 만들어 의사소통을 불명확하게 한다고 한다. 또한 말을 필요로 하는 상황에서 침묵하는 비겁한 회피와 말꼬리를 잡는 편협한 사이비 지식인에 대한 경계를 늦추지 않는다. 이것이야말로 앞서 죽은 자에 대한 ’이 사회에 살아 남은 자’의 도리라고 역설한다. 따라서, 무소유는 절제된 언어로써 진정한 지식인이, 소유할 것이 없는 종교인이, 사회에 살아남은 자로써, 사회에 꼭 해야할 말들을 전하고 있는 것이다. 

1970년대 초반, 스님이 무소유를 통해 세상을 바라보던 그 시절로부터 40년이 지났다. 스님이 낯 모르는 대한민국 누이들에게 진정한 아름다움에 관한 편지를 써야만 했던 것처럼, 시끄러운 버스의 음악소리가 여전한 것 처럼, 세상은 변하지 않은 것처럼 보이지만 역사는 황소처럼 느리지만 뒤를 돌아보지 않는 확실한 걸음으로 천천히 천천히 바뀌어가고 있는 것이라 믿는다. 어리석은 자가 산을 옮긴다는 말이 있듯, 무소유를 읽는 사람이 많아지면 많아질 수록 사회도 조금씩 조금씩 황소처럼 느린 걸음으로 그러나 확실하게 앞으로 진보해 나갈 것이라 믿는다.

- 아름다운 장미 꽃에 하필이면 가시가 돋혔을까 생각하면 짜증이 난다. 하지만 아무짝에도 쓸모 없는 가시에서 저토록 아름다운 장미 꽃이 피어 났다고 생각하면 오히려 감사하고 싶은 것이다. (본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