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환시대의 논리’는 창비(창작과비평社)에서 기획된 책이다. 즉, 이영희 선생이 ’전환시대의 논리’라는 책을 기획하여 집필한 것이 아니고 다양한 미디어에 기고했던 글들을 책의 기획의도에 맞게 편집한 책이다. 

책 안으로 들어가 보면, 주 골자는 1970년대를 전후하여 당시 한반도를 둘러싼 열강들의 정치, 경제적 역학관계의 변화와 이에 따른 대한민국의 정치적 현실과 과제들이다. 주제와 제목을 달리하는 각각의 글들은 그 자체로 잘 짜여진 논문과 같은 글이다. 그리고 그 글들이 미디어에 기고하는 글이란 것을 염두에 두고 보면, 미디어의 성격별로 조금씩 달라질 법도 하지만 잘 정돈된 일관성을 보여준다. 그 일관성이란 세계를 바라보는 폭 넓은 시야, 다양한 자료의 체계적 수집과 과학적 분석, 입체적 분석과 고찰, 어느 한 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균형잡힌 이해,  동포애와 국가애를 넘어선 인류애로 요약될 수 있다. 이는 선생의 세계관, 역사관, 정치관이 이미 주변 정황, 특히 정치적 압력, 에 따라 흔들림이 없을 정도로 견고하다는 것을 말한다. 이는 그의 모든 글들이 추측과 왜곡이 아닌 사실 (fact)에 근거하고 있고, 진실에 대한 믿음과 역사의 진보에 대한 신념이 있으므로 가능했을 것이다. 

실제로 그는 이렇게 말한다.  

"인간은 누구나, 더욱이 진정한 ’지식인’은 본질적으로 ’자유인’인 까닭에 자기의 삶을 스스로 선택하고, 그 결정에 대해서 ’책임’이 있을 뿐만 아니라 자신이 존재하는 ’사회’에 대해서도 책임이 있다고 믿는다. 이 이념에 따라, 나는 언제나 내 앞에 던져진 현실 상황을 묵인하거나 회피하거나 또는 상황과의 관계설정을 기권으로 얼버무리는 태도를 ’지식인’의 배신으로 경멸하고 경계했다. 사회에 대한 배신일 뿐 아니라 그에 앞서 자신에 대한 배신이라고 여겨왔다."

세계의 지성들은 대체로 이와같은 생각을 보여왔다. 지식을 넘어선 지성들이 세상과 관계하는 태도에 대해 그들은 그들이 습득한 지식 어느 것 하나도 자기 내부에서 스스로 나온 것이 아니고 ’사회적 산물’이므로 사회를 위해 올바른 사용을 강조했다. 지식과 윤리가 긍정적으로 합쳐지는 (convergence) 부분이다. 이는 오늘 날의 지성인들에게 많은 것을 시사한다. 상상력을 조금만 발휘해보자. 서슬퍼런 퍼런 군부, 유신정권 시절, 권력의 주구들만 살아 남을 수 있던 그 시절에 선생은 권력을 향한 쓴소리의 출판을 강행했던 것이다. 잘 상상이 안되면 요즘 MB 정권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보면 조금은 짐작할 수 있으리라. 차근차근 모조리 잡혀 가는 사람들을 보면 당시를 상상하는데 조금은 도움될 것이다. 3공, 5공시절을 사탄이요 악마라고 하면 그래도 요즘은 MB 시절은 사랑스러운 테디베어 같은 시기라고 하면 적절한 비유가 될런지 모르겠다. 그런 암흑의 시절에 그는 진실을 폭로하는 출판행위가 무엇을 뜻하고 어떤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지 충분히 알고 있었을 것이다. (실제 그는 몇 차례 연행당하고 몇 차례 옥살이를 했다.) 그런 시절에 그는 소크라테스적인 신념을 보여줬다. 공자 역시 ’학學이而시時습習’이란 한마디로 일갈하지 않았던가. 

이영희 선생의 전환시대는 70년대다. 그는 70년대에 생존하는 논리를 설파했다. 그 논리는 2010년 아직도 유효하다. 왜냐하면 대한민국은 아직도 전환시대의 중심에 있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은 보수가 지배하는 나라다. 보수(保守)라는 뜻은 한자에서 그 뜻을 알 수 있는 것처럼 ’보전하고 지킨다’는 것이다. 미국의 Strong man policy (자국민을 밟을 수 있을 정도로 충분히 강하고, 강대국에 굽힐 수 있는 충분히 약한자를 이용하는 약소국 통치 방식)에 들어 맞게 우리 정치권은 사실을 왜곡하고 이 불편한 진실을 보전하고 지키기 위해 헌신하고 있지는 않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