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들 노자라하면 물을 떠올리고 자연을 떠올린다. 이는 어떤 대소사가 있을 적마다 우리 사회가 노자를 떠올리고 빗대고 견주어서 인용한 결과가 아닌가 생각된다. 

그러나, 노자 도(道)경을 관통하는 몇 마디의 말이 있다면 허(虛 - 비움), 무명(無名)의 박(樸 - 통나무), 무위(無爲), 유(柔 - 부드러움), 약(弱), 음(陰), 미(微 - 작음) 등이다. 이는 노자의 시대에서나 지금에나 사람들이 추구하지 않는 것, 싫어해서 피하고자 하는 것들이다. 

그러면 노자는 왜 도덕경을 통하여 사람들이 피하고자 하는 것, 되고 싶지 않은 상태를 반복하며 강조했던 것일까?

우리의 교육은 스스로의 사유가 아닌 이미 평생에 걸쳐 사유한 사람들의 결과를 공부한다. 역사 역시 승리한 자의 사관에 의해 쓰여지며, 새로운 과학적 발견이 있으면 그 사실을 통해 세계를 바라본다. 신문 방송에 보도되는 바대로 세상을 보고 판단하며 믿는다. 노자는 이러한 모든 것들을 경계한다. 노자 사상은 뛰어난 자연 관찰을 바탕으로 인간, 세상사를 관통할 수 있는 사유의 법칙과 처세의 법칙을 말하고자 하였다. 따라서 그는 생각의 치우침, 처세의 치우침을 싫어했다. 인간이 강해지고 싶고, 부유해지고 싶고, 편하게 살고 싶은 것은 누가 일부러 가르쳐 주지 않아도 태어나면서 안다. 인간은 어짜피 모두다 에고이스트 (egoist)이므로... 노자는 한 걸음 더 나아가 그 이면을 강조한다. 밝음이 있으면 어두움이 있고, 올라가면 내려가고 하는 모든 것들은 삼척동자가 아는 자연의 법칙임에도 불구하고 세상사에 휘둘리는 인간들은 긴 안목과 냉철한 시각을 갖지 못하고 작은 것들에 집착한다. 그러다보면 기본 법칙조차 잊어 버려, 자신이 죽는 것조차 까맣게 잊어버리는게 인간의 습성인듯하다. 길지 않은 인생을 사는 인간들에게 반드시 발생하는 모든 일들을 노자는 ’치우침 없이 바라봐야 함’을 얘기한다. 

노자는 치자(治者)의 책이다. 어떻게 보면 치자의 책이므로 보통 사람들에게는 별 상관 없는 얘기가 아닌가 하고 생각도 되지만, 노자의 말대로 어떤 사람도 영원한 치자가 될 수 없고, 누구나 나이를 먹으면서 가정을 이루고, 사회에 참여하는 것을 생각하고, 누구나 자기가 다스려야하는 사람이 있고 조직이 있고 세상이 있다는 것을 감안한다면 노자는 누구나 읽어 볼 만한 훌륭한 사유와 처세의 철학서다.  인생 절반을 건너온 도올 선생이 구구절절 다 맞는 얘기라고 하지 않는가.

노자의 짧고 강한 대비, 날카로운 관찰과 사유, 인간과 사회에 적용하는 지혜는 2500년이 지난 지금에도 그저 놀랍다는 말밖에 할 수 없다.

타인을 아는자를 지혜롭다 할지 모르지만,
자기를 아는 자야말로 밝은 것이다.
타인을 이기는 자를 힘세다 할지 모르지만,
자기를 이기는 자야말로 강한 것이다. 
만족함을 아는 자가  부자요,
행함을 관철하는 자가 뜻이 있는 것이다. 
자신의 바른 자리를 잃지 않는 자가 오래 가는 자요,
죽어도 없어지지 않는 자야말로 오래사는 자이다. 

-도덕경 33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