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작가 고혜정씨가 펴낸 본인의 부부이야기이다. <친청엄마>라는 책으로, 동명의 연극을 시작으로 '공연계의 팬텀'이라는 별명까지 얻었다고 한다. 이 책의 내용을 토대로 시작된 '여보, 고마워'라는 연극도 2008년부터 계속되고 있는 듯 하다.

 

같은 시대, 같은 또래의 부부들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를 방송작가답게 발랄하고 때론 뭉클하게 담고 있다.

책을 덮을때쯤 이 책의 남우주연쯤 되는 남편이 결국은 위암으로 죽게 되어 그들의 밀고 당기던 사랑이야기가 더욱 소중하게 느껴진다.

 

나와 다른 것 때문에 마음이 끌리고 사랑하게 되었는데, 정작 결혼하고 나면 그것으로 '웬수'가 되고, 세상에 가장 이해할 수 없는 답답한 존재로 전락한단다. 그래도...그래도..곁에 있기에 힘이 되고, 위로가 되어주는 내 남편, 내 아내에 대한 소박한 이야기. 공감하여 함께 답답해지기도 함께 웃음지어지기도 하는 책. 그래도 결론은 소중한 내 사랑....옆에 있어 행복한 부부 이야기.

 

...그 이혼을 노래 부르며 징징대던 PD의 아내가 암에 걸려 병원에 입원해 있고, 그 PD가 휴직을 하고 병간호를 하고 있다는 얘기를 듣게 되었다...

"그 사람이랑 살면서 매일매일 이혼을 꿈꾸었고, 단 하루도 행복했던 적 없다고 생각했거든.. 웃기지? 이제 와서 왜 이렇게 그립냐? 아무리 생각해봐도 내가 잘해 준 것은 단 한가지도 생각나는게 없고, 내가 못 해준 것만 생각이 나서 미치겠다...그래서 그 사람이 속상했을 거 생각하면 자다가도 벌떡벌떡 일어나서 가슴을 쥐어뜯으면 운다" p.193

 

 

"으이고, 저 웬수, 내가 당신때문에 못살아."

이게 요즘 내가 자주 하는 말이다.

결혼 11년차.

처음부터 남편을 웬수라고 한 건 아니다. 나도 남들처럼 영화 같은 연애를 했었고 그때는 이 사람 아니면 죽겠다고 부모님앞에서 떼를 쓰기도 했는데, 이제는 이 사람 때문에 죽겠다고 만날 하소연해대니 친정엄마가 듣기 싫다고 전화도 하지 말란다. 네가 좋아서 한 결혼을 어쩌란....

 

^^p.44

 

 

물흐르듯 그렇게 같이 늙고 싶어.

내가 먼저 죽게 되거든 당신은 나에게 "사랑했다"고 말해 줘. 당신이 먼저 죽게 된다면 난 당신에게 "고마웠다"고 말할께.

내 곁에 있어줘서, 나랑같이 살아줘서 고마웠다고. 우리 아이들을 낳게 해주고 같이 기르면서 많은 시간을 보내고, 많은 추억을 간직하게 해줘서 고마웠다고. 정말 고맙다고 말할께.

p.203

 

 

오늘 오전에 아내에게 문자를 보냈다.

 

사랑합니다...

 

 

 

아내에게 답장이 왔다.

 

이상하게 사랑한단 말을 듣게 되면 업되고 더 사랑하게 되는 것 같아요...

 

 

 

봄볕이 따사로운 오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