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에 있었던 <순간의 꽃-고은>처럼 박웅현의 <책은 도끼다>를 읽고 나서 골라든 책.

예전에 <칼의 노래>를 읽은 두번째로 읽게 된 김훈의 책이다.

 

자전거를 타고 만나는 사람과 산하, 그 풍경의 안쪽!

김포, 파주, 남양만, 남한산성 등 서울 근교를 자전거를 타고 다니며 적은 자전거 기행문?

 

작가적, 독자적 소양이 부족한 나로서는 표현할 길이 없지만, 김훈스러운 '김훈의 문장'이

어떤 것인지 살짝 맛볼 수 있었다.

 

어떻게 단 한문장의 문장으로, 그 몇 안되는 단어들로 그 많은 정보를, 느낌을, 원리를, 사고를 담아내는 건지 놀랍다.

 

그 하나의 문장을 쓰기 위해 얼마나 많은 시간을 검증하고, 생각하고 깎고 다듬었을까?

 

언젠가 그의 강연을 통해 들었던 그의 묵직한 목소리만큼이나 묵직한 내용이 무겁고 알차다.

길어지거나 늘어지지 않는 그의 문장이 단호하고 분명한 그의 생각을 웅변하고 있다.

 

 

 

동심원의 중심부는 물기가 닿지않아 무기물로 변해 있고, 이 중심부는 나무가 사는 일에 간여하지 않는다. 우 중심부는 무위와 적막의 나라인데 이 무위의 중심이 나무의 전 존재를 하늘을 향한 수직으로 버티어 준다....

나무의 늙음은 낡음이나 쇠퇴가 아니라 완성이다.

- 나이테와 자전거 p151

 

 

나는 모국어의 여러 글자들 중에서 '슾'을 편애한다. '수풀'도 좋지만 '숲'만은 못하다. '숲'의 어감은 깊고 서늘한데, 이 서늘함 속에느 향기와 습기가 번져 있다. '숲'의 어감속에는 말라서 바스락 거리는 건조감이 들어 있고, 젖어서 편안한 습기도 느껴진다. '숲'은 마른 글자인가, 젖은 글자인가...

숲은 대지 위로 펼쳐 놓은 숨의 바다이고 숨이 닿는 자리마다 숲은 일어선다. '숲'의 피읖받침은 외향성이고, '숨'의 미음받침은 내향성이다....

제 몸속에서 햇빛과 물과 공기를 비벼서 스스로를 부양하는 저 푸르고 우뚝한 것들은 얼마나 복 받은 존재들인가..

- 숲은 숨이고, 숨은 숲이다. p1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