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에 집착하지 말고 지금 이 순간 진정 가치 있고 소중한 것들에

   집중하라.

   누구나 실수를 하며 살아가게 마련이다.

   이 세상에 완벽한 사람은 없다.

   그러니 있는 그대로의 내 모습을 사랑하자.

   내 인생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은 다 나름대로의 의미가 있다.』

   - P 394. 옮긴이의 말 중에서.

 

  기억하고 싶지 않은 순간, 생각만 해도 오글거리고 민망했던 기억들, 선택의 기로에서 선택하지 않은 반대편을 선택했다면 내 인생이 어떻게 달라졌을지에 대한 미련같은 것이 없는 사람이 있을까. 이 책「당신의 과거를 지워드립니다」는 이런 인간의 심리를 파고들어 상상의 나래를 마음껏 펼친 소설이다.

 

  ‘샤를로타 마이바흐’, 이 사랑스러운 이름의 주인공은 뭐 하나 끈기있게 하는 일 없이 대학도 중간에 포기하고 작은 술집에서 서빙을 하고 있으며, 사고뭉치에, 제멋대로 사는 쾌락주의자로 ‘찰리’라는 이름이 더 잘 어울리는 인물이다. 어느날, 고등학교 동창회 초대장을 받으면서 찰리는 떠올리기조차 싫어했던 중·고등학교 시절을 회상하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찰리는 첫사랑이지만 동시에 마지막 사랑이 되었던 모리츠를 생각하다 자신을 찾아온 그를 만나면서 생각지도 않게 동창회에 참석하게 된다. 그러나, 동창회는 결국 끔찍한 악몽으로 끝나고, 거기다 가게 사장이자 친구인 팀과 싸우고 단짝인 줄리와는 절교 상태로 누구하나 이야기할 곳도, 기댈 곳도 없어지면서 비참함과 처량함에 빠지고 만다. 이때 ‘과거를 지워주겠다’는 은밀한 제안이 찰리에게 찾아오는데....

 

  이야기의 본격적인 시작은 사실 이 대목부터이다. 과거의 기억 중 지우고 싶은 기억만 쏙쏙 골라내 지워버릴 수 있다는 제안을 받아들인 찰리는 기억을 지운 후 전혀 다른 삶이자 언제나 동경했던 삶 속으로 뚝 떨어지게 된다. 진정한 제트족의 삶이자 부유한 삶을 살면서 사회적으로 잘나가는 모리츠와 결혼까지 하게 된 것이다. 그러나, 원하는데로 이루어진 삶 속에서 마음은 왜 갈수록 허전해지고 행복해지지 않으며 모든 것이 점점 엉망으로 되어가는 기분이 드는 걸까.

 

  찰리는 바뀐 삶 속에서 이전의 삶과 달라진 모든 사건들이 자신이 삭제한 아주 작은 사건들로부터 비롯된다는 것을 알아차린다. 그리고, 아무것도 의미없이 이루어지는 것은 없다는 것을 깨닫고 결국, 이 모든 잘못을 다시 바로잡기로 결심하는데....과연 모든 것을 제자리로 되돌리는 것이 가능할 것인가.

 

 「당신의 과거를 지워드립니다」는 시종일관 무겁지 않은 발랄한 문체로 이야기를 이끌어 가지만 전하는 메시지는 결코 가볍지 않은 소설이다. 내가 선택하지 않았던 삶에 대한 그리움과 미련으로 지금 현재가 갖는 소중함, 값진 삶을 놓치는 것이 얼마나 어리석은지를 찰리를 통해 아주 쉽고 구체적으로 보여준 것이다. 지금 삶이 아무리 하잘것없고 구질구질하며 비참해도 그 모습 그대로의 자신을 사랑하고 인정한다면 그 삶은 나름의 힘을 가질 것이며 변화의 싹을 틔울 수 있을 것이다. 허황된 기적을 믿느니 이것이 얼마나 더 현명한가. 그러니, 현실이 고달프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힘을 한번 내보자. 그래봤자 밑질 것은 없으니까. 더불어, 이 서평을 읽으신 모든 분들도! 힘을 내시기를...아자 아자 파이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