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0여 쪽의 결코 두껍다고 말할 수 없는 책안에 참 많은 경제상식과 용어들을 차곡차곡 개켜 넣은 경제서적 한 권을 만났다. 단순명료한 설명과 쉬운 예 그리고 만화까지 경제상식에 대한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한 저자의 세심한 노력이 엿보이는 책이다. 게다가 매 단락마다 독자가 제대로 이해했는지 확인하기 위해 삽입한 문제집까지 참으로 친절한 책이다.

 

  그런데, 경제에 대한 이야기를 최대한 많이, 최대한 쉽게 전달하고자 한 저자의 노력에 비해 받아들이는 나의 용량이 작은 탓에 과부하가 걸린 것 같다. 중요한 개념이나 용어는 그나마 많은 지면을 할애하여 설명했기에 고개가 끄덕여 졌지만, 그 이외에는 용어집의 느낌이 들 정도로 개념 설명만 간략하게 하고 넘어가다보니 머리에서 김이 솔솔 나는 기분이다. 신문이나 언론매체를 통해 자주 접해본 용어들은 그나마 이해가 쉬웠지만 듣도 보도 못한 생소한 용어들은 그 짧은 설명만으론 나의 평소 경제상식이 황무지인 탓에 어렵게 다가왔다. 결과적으로 이 책을 계기로 경제 공부 좀 해야겠다는 반성과 다짐을 하게 되긴 했지만 말이다.

 

  어쨌든 이 책을 쓰게 된 저자의 목적이 맘에 들어서인지 책에 대한 호감도는 매우 높았다. 경제공부의 목적이 나 자신의 부를 창출하거나 늘리기 위한 수단이 아닌, 우리가 살아가는 동안 직면하는 많은 문제에 대한 숨겨진 진실을 바라보는 직관을 높이기 위한 것이어야 한다는 점이 공감이 갔다. 그래서 경제라고 하면 질색해 책 떠들어보는 것조차 싫어했던 나에게 힘들어도 끝까지 책을 읽게 하는 강한 동기부여가 되어 주었다.

 

  기본적으로 자본주의체제하에서의 경제활동인 생산과 소비, 분배에서 분배가 어느 정도로 균등하게 이루어지느냐가 체제 유지의 핵심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그러나, 고전적 자유주의에서 케인즈주의를 거쳐 다시 신자유주의로 전환한 자본주의 변천사는 우리에게 중요한 점을 시사해 준다. 자본주의는 태생적으로 분배의 문제가 불평등할 수밖에 없기에 부익부 빈익빈은 심화될 수 밖에 없고, 거대자본의 자가증식적 욕망은 노동시장을 유연화시켜 자본과 노동의 균형을 깨뜨리고 결국 생산과 소비의 주체를 궁지로 몰아감으로써 체제 몰락의 단초를 제공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결국 어떤 식으로의 절충이든, 사회민주주의식으로의 수정이든 간에 살아남기 위한 변모를 해야 하는데 이는 다시 정치의 문제로 연동되니 참으로 보이는 것 이면의 진실을 알아가고 깨우친다는 것이 어렵게 다가온다. 힘이 든다. 그래도 어쩌겠는가. 저자의 이야기처럼 다른 누구도 아닌 우리가 살아가며 마주치게 되는 문제이자 그 문제들의 본질이니 피하지 말고 똑바로 직시하는 수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