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가 이라크 저항 세력의 지도자를 인터뷰할 때이다.

 

  김영미PD는 “아무리 애국심이 높아도 사람의 목숨은 무엇보다 소중한 것 아닌가요? 자살폭탄 공격이란 한 사람의 생명의 대가로 저항하는 것인데 잘못된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나요?” 하고 묻는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지금 제3세계에서 벌어지고 있는 전쟁의 양상과 저항세력들을 보며 하는 공통적인 생각일 것이다. 그런데, 이 질문에 대한 저항세력 지도자의 대답이 참으로 예상 밖이었다.

 

  일제치하 당시 윤봉길의사의 폭탄테러와 한국전쟁시 소련군 탱크에 저항하기 위해 한국인이 기름통을 들고 뛰어들어 갔던 것을 예로 들며, “왜 당신들이 자살폭탄 공격을 하면 역사의 위대한 일이라고 하고 우리가 하면 생명을 경시하는 일로 취급합니까?”, 다시 50여년전 일본의 가미가제를 말하며, “지금 일본 사람 중에는 가미가제로 나설 사람이 없을 것입니다. 생명을 소중히 여기지 않는 것이 잘못된 일이라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아마도 이라크도 50년쯤 지나면 자살폭탄 공격을 좋게 생각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리고 그때는 이라크 사람 그 누구도 자살폭탄 공격을 하지 않을 것입니다. 지금은 역사가 진행되는 단계인 것입니다”

 

  순간 할 말이 없어졌다. 틀린 이야기가 아님을 알기에... 역사의 발전단계에서 진정한 민주국가, 민주사회를 이룩하기 위해서는 수많은 진통을 겪어내야 함을 이미 지나온 역사에서 충분히 보아 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러기엔 정말이지 사람이, 아프다. 너무 아프다.

 

  오늘날 인종ㆍ민족ㆍ종교ㆍ영유권 등의 이유로 벌어지고 있는 각종 ‘분쟁’은 그 이면에 깔린 강자와 약자의 논리, 다수와 소수의 논리, 이념의 논리로 인해 ‘전쟁’으로 변화되어 가고 있다. 단순히 가해자와 피해자라는 흑백논리로 설명할 수 없는 역사ㆍ정치ㆍ문화 등 다층적이고 점층적인 관계로 인해 발생하고 있는 ‘세계의 분쟁과 전쟁’이기에 해결방법은 요원하고, 사람은 끝날 줄 모르는 고통에 시름하고 있다.

 

  이 책은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 두 나라를 중심으로 김영미PD가 분쟁지역을 취재하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아픈 역사 속에서 삶을 살아내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엮어낸 것이다.

 

  전쟁 속에서도 여성이라는 이유로 이중적으로 차별받고 고통받는 아프가니스탄 여성의 삶을 이야기하기도 하고, 삶을 위한 일상이면서 동시에 죽음과 이별의 일상을 살아내고 있는 난민촌의 모습과, 종교 탄압으로 금지된 음악을 꿈꾸는 사람들, 다가오는 전쟁을 두려워하며 대비하면서도 희노애락의 삶을 꿋꿋이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나약하지만 그렇기에 강인하기도 한 사람들의 살아가는 이야기이다. 동시에 똑같이 누군가의 아들이자 남편이기도 한 전쟁 속에서의 군인들의 모습도 책은 보여준다. 생계유지의 굴레에서 벗어나 있지 않은 별다를 것 없는 삶을 살아가는 인간의 모습으로. 그렇다면 궁금해지지 않을 수 없다. 이 극명한 인간 집단속에 들어가 오랜 기간 함께 생활하며 취재한 이야기를 같은 틀에서 함께 다룸으로써 저자가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과연 무엇인가에 대해.

 

  아마도 그 답은 힘든 여건 속에서도 미래에 대한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어떻게든 자녀들을 교육시키고자 하는 분쟁지역내 많은 부모와 열망의 끈을 놓지 않는 아이들의 모습에서 찾아낼 수 있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