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 정원에 경사 났으니 / 모두 구경 갈 일이다.

  수덕 스님은 이미 내빼고 / 거기엔 없을 터이지만...

 

  그 양반 찾으려면 / 꽃 속으로 들어가거나

  우주 밖으로 나가야 할 것이다.

 

  - 정신세계원 원장 봄날의 글 중 일부 발췌 -

 

  뒷부분에 나온 봄날 원장님의 글을 읽은 후에야 ‘푸우~’ 한숨을 내쉬게 된다. 시를 좋아해 평소 시집을 자주 읽는 편임에도 수덕스님의 시는 읽는 내내 잔뜩 긴장한 체 한 편의 시를 몇 번에 걸쳐 반복하며 읊어봐야 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싯구의 의미가 알쏭달쏭한 체 이해되지 않아 혼자 자학하던 참이다. 그래서, ‘아, 나만 수덕스님을 4차원적인 분으로 이해한 건 아니구나’ 하는 동질감에 반가웠고, 이해받은 느낌이었다.

 

 『스테이크 스테이크 스테이크』시들은 외래어의 잦은 사용과 서양의 신화, 문화, 인물, 역사를 주요 소재로 빈번히 사용했다는 점에서 스님의 시라는 것이 오히려 이색적으로 다가오기도 했다. 거기에 서양과 동양, 외국과 우리나라의 고유의 재료를 하나의 시 안에 다양하게 버무려놓아 처음부터 끝까지 시의 맥락을 놓치지 않고 이해하는 것이 정말 쉽지 않았다. 아니, 아예 이해하지 못했거나 대강의 의미만 파악하고 넘기는 시들이 적지 않았다.

 

  이렇게 악전고투하며 한 편 한 편의 시를 읽어나감에도 불구하고, 시집을 끝까지 집중력을 놓치지 않고 읽을 수 있었던 것은,

 

  그대 뉘시우

 

  어느 여인이 말했다.

  그대를

 

  많이 좋아하면

  가볍게 보일까 걱정이고

 

  마음을 억누르면

  내 마음 모를까 걱정이고

 

  너무 가까워지면

  빨리 헤어지게 될까 걱정이고

 

  너무 멀리하면

  지쳐 돌아설까 걱정이고

 

  이래저래 많은 걱정

  부처 되긴 글렀소.

 

  혹 그대 뉘시우.

  수덕산이나 오르시지.

 

  이런 시들이 중간중간 게릴라처럼 대기하고 있다 갑자기 튀어나와 순식간에 사로잡혀 버리곤 했기 때문이다. 읽는 순간 그 의미가 심장으로 꽃혀와 울려대는 통에 얼얼해지는 느낌이라고나 할까...

 

  어쨌든, 시는 좋아하지만 읊은 시의 느낌을 자유롭게 언어로 풀어낼 능력은 없고 가슴으로 와닿는 무한 감동만을 기쁘게 즐기는 독자이기에, 서평이라 말하기에도 부끄러운 감상문과 심오한 시집 한 권 읽음에 감사해하며 글을 마무리 짓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