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으며 눈물이 나는 경험은 실로 오랜만인 것 같다. 한 권의 책을 앉은 자리에서 하루만에 읽어본 기억도 언제쯤이었는지...아마도 이렇게 이야기하면 진로지도 서적을 보고 왠 눈물? 생뚱맞다?고 생각할지 모르겠다.

 

  어린시절 누구의 강요나 억압없이 마음껏 뛰어 놀고 친구들과 어울리며 공부는 해도 그만, 안해도 그만인 것으로 알고 천진난만하기만 했던 나였다. 철이 들고 내가 정한 진로라는 목표를 향해 요샛말로 자기주도학습처럼 공부를 찾아가며 했다. 하지만 때는 고등학교 2학년으로 너무 늦은 깨달음이었는지 결국 원했던 학과에 진학하지 못했다. 후회는 없다. 내 인생을 풍요롭게 만든 든든한 지원군이자 삶의 활력소가 된 시절이 바로 그 어린시절 이었으니까.

 

  하지만, 조금만 다르게 생각해보면 그 시절 책에 나오는 민샘처럼 학생에 대한 무한한 관심과 사랑, 신뢰와 열정으로 진로를 인식시켜주고 함께 발견하며 찾아가주는 교사가 있었다면 지금의 내 모습은 또 어떻게 달라져 있을까? 그런 생각을 해본다. 가슴이 뜨거워진다.

 

 『한 사람의 의지가 강하면, 이렇게 다른 사람의 가정에도 영향을 줄 수 있구나. 나도 나중에 꼭 이런 삶을 살고 싶다. P. 294』

 

  나는 교육계통에서 일하는 사람도 아니며, 아직까지 자녀도 없지만 교육에 무한한 관심을 가지고 있으며 그렇기에 현재의 교육시스템을 진심으로 걱정하고 청소년들의 현실에 가슴아파하는 한 사람이다. 그렇기에 책 속의 승헌이라는 아이의 진로는 물론이고 그 아이의 당면한 가족문제까지도 따뜻하게 바라보고 해결할 수 있는 실마리를 제공하고자 세심하고 구체적인 방안을 제공한 이민구 선생이 고맙다.

 

  한 아이가 미래의 직업인이자 사회인으로서 비전을 찾아가는 과정을, 자기 자신에게만 국한한 이기가 아닌 다른 사람까지 배려하는 이타로까지 시야를 넓히도록 돕는 과정이 너무나 고맙다. 찬형이, 하영이, 교빈이, 수희, 철만이 등 아이들이 갖고 있는 고민과 처한 상황에 맞게 돕고자 애쓰는 교사의 모습이 지극히 아름답다. 비록 등장인물들이 허구라지만 실제 진행된 프로그램을 바탕으로 만든 책이기에 인물에 대한 신뢰도가 높은 것도 한 몫 하리라.

 

  어쨌든 아이들이 진로를 찾아가는 과정을 돕는 시리즈의 첫 번째 권인 본 책은 진로 검사를 통해 진로를 알려주는 것보다는 진로를 바라보는 생각 자체를 중요시하며 진로에 대해 올바르게 인식하는 것을 돕는 것에서 시작한다. 자아정체감과 자존감, 효능감의 확인을 통해 모두가 특별한 존재이며,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키워준다. 나아가, 아이들 각자의 흥미와 재능, 강점, 성향을 파악하고 본격적인 직업 적성을 파악하는 것을 다양한 포트폴리오 작업을 통해 신나고 재미있게, 아이들이 스스로 찾아갈 수 있도록 체계적으로 돕고 있다. 정말이지 이런 동아리라면 지금 당장이라도 들어가고 싶은 마음이다. 아, 사회인을 위한 이런 프로그램은 어디 없는가?

 

  결론은, 이어지는 시리즈의 2번째, 3번째 내용이 무척 궁금해진다는 것이다. 열정덩어리 이민구 선생이 또 어떤 포트폴리오로 즐겁지만 진지한 직업탐험의 세계로 아이들을 안내할지 못내 알고 싶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