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도 좋아하고 영화도 좋아하는데 이 둘의 결합이라니∼ 제목만으로도 확 잡아끄는 매력이 느껴진다. 그렇기에 내용은 다소 부실하더라도 감안하고 보리라 마음먹고 책을 펼쳐 들었다.

 

  그런데 막상 펼쳐든 책의 내용은 두 영역을 합쳐놓은 것임에도 불구하고, 영화는 영화대로 간결하지만 줄거리와 메시지가 쏘∼옥 들어오게 소개한 한편, 세계사도 인류의 탄생부터 근대사까지 늘 헷갈렸지만 속시원히 파악되지 않던 세계사의 핵심들만 쪽집기 과외처럼 모아모아 한눈에 보여주는 것이 매우 놀라웠다. 챕터 분량도 과하지 않으면서 너무 짧지 않게 잘 버무려져 책을 손에서 떼기가 쉽지 않았다.

 

  거기에 보너스로, 책에서 소개한 영화를 찾아서 관람하고 영화 안에서 책의 포인트를 발견하며 다시 이해하고 나름대로 재해석해보는 재미까지 제법 쏠쏠했다.

 

  선사시대와 역사시대를 구분하면서 단순하게 이해되었던 선사시대를 좀 더 새로운 시각으로 해석하게 되고, 인류가 사실은 식인종의 후예라는 알려지지 않던 사실까지 책은 첫 장부터 몰입하게 만들었다.

 

  지배의 도구이자 가장 오래된 지배 이데올로기인 종교가 어떻게 합리화의 본능을 가진 인간의 의식을 지배하고 문명과 함께 성장해 왔는가는 현재 세계에서 벌어지는 수많은 갈등과 전쟁의 주범인 종교의 이중적이고도 위선적인 본질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었다. 특히, 유일신으로서 같은 뿌리를 가진 기독교, 유대교, 이슬람의 실체가 리얼하면서 스펙터클한 영화와 함께 시각적 이미지로 각인되어 명징하게 파악되었다.

 

  중화 중심주의가 골수까지 뿌리깊게 박혀있는 중국인들의 선민의식이 정작 중화대륙의 역사를 살펴보면 굉장한 아이러니로 작용한다는 것도 흥미로웠다. 자신들의 역사라고 주장한 세월 중 한족이 지배한 한, 송, 명나라는 전체 역사의 10분의 1에 불과하며, 나머지 10분의 9는 오히려 북방민족 등 타민족이 지배하며 지금의 중국의 역사와 영토를 만들어왔다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일본의 정한론과 그에 바탕한 지속적인 조선 침략정책은 유대인이 진짜 유대인이 아니었듯 우리민족이 건너가 이룩한 일본문명의 후예가 거꾸로 우리 민족을 되찾아야 할 땅으로 착각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는 핵심을 책은 정확하게 짚어주고 있다.

 

  이 책을 읽으며 나는 영화도 영화지만 세계사를 인식하고 파악하는 저자의 탁월한 역사관과 서술력으로 인해 다른 여러 권의 역사책을 읽는 것보다 훨씬 많은 것을 보고 배울 수 있었다. 예쁜 조개껍질을 주운 줄 알았는데 열어보니 진주더라는 것처럼 뜻밖에 횡재한 기분이라고나 할까. 어쨌든 간만에 재미와 흥미, 지적탐구까지 책을 읽으며 추구하는 다양한 욕구를 한꺼번에 충족한 기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