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아시아 지역의 비슷한 문화의식, 끊임없는 외세의 침략과 식민지 시대, 2차대전 후의 해방과 독립, 전후 눈부신 경제성장, 근대로의 이행과정에서의 급격한 의식 변화와 사회내적 갈등 등등,,, 대한민국과의 유사점을 따진다면 대만만큼이나 가깝고도 가까운 나라가 있을까 싶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변정세로 인해 공식 수교가 단절되고 비공식적으로나마 우호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대만에 대해 우리가 아는 상식이 의외로 피상적인 것 밖에 없다는 사실에 스스로 많이 놀랐다.

 

  이 책 [웨이량의 사랑]은 그런 점에서 대만의 근현대상을 구체적으로 엿볼 수 있게 해줌으로써 대만을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을 준다. 작가의 글이 대만의 가족과 사회, 세대 간의 변화하는 모습을 구체적이고 리얼하게 보여주고 있어 읽을수록 소설의 매력에 빠져들게 되고 더불어, 우리나라의 사회상을 보는 듯한 유사점을 많이 발견하게 된다.

 

  퇴폐적인 드라마의 단골소재로 애용되고 있는 불륜은 대만에서도 문제가  돼는지 『웨이량의 사랑』은 불륜을 소재로 하고 있다. 특히, 불륜을 저지르고도 뻔뻔스러운 남편이나 불륜녀의 모습은 우리와 다르지 않은 통속성을 보여주고 있어 실소까지 나온다. 그래서 벼랑 끝에 몰린 웨이량의 선택이 서글프게 느껴지면서도 한편으론 뻔뻔한 인간들에 대한 응징차원에서 통쾌함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반면,『홍콩친척』은 우리의 분단현실을 보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켜 읽는 내내 많은 생각을 하게 했다. 남북이산가족 상봉에서 흔치않게 보게 돼는 슬픈 현실, 북의 아내를 두고 남에서 다른 아내를 만나 새로운 가정을 일군 할아버지가 북의 아내나 자녀들과 상봉하여 어쩔 수 없는 가여움으로 서로 부둥켜 안고 통곡하는 모습은 우리 역사의 숨길 수 없는 아픔인 것이다. 다른 민족에게서 비슷한 동질성을 그것도 비극적인 역사로 인한 개인사의 아픔을 목격한다는 것은 몇 마디 말로 설명하기 힘든 무언가를 자아낸다.

 

 『내 아들 한성』,『혼사』, 두 작품 역시 어쩜 이리도 우리의 교육문제와 그로인한 청소년문제, 격식이 족쇄가 돼버린 불합리한 결혼제도를 똑 닮았는지 혀를 내두를 지경이다. 『롄전 마마』나 『제목없는 그림』은 노년세대의 욕망과 쓸쓸함, 허무함을,『실험영화제』는 치기어린 젊은 세대의 모험적인 실험성과 어쩔 수 없는 현실의 수용과 적응을 보여주는 듯 한데 그러한 세대별 정서가 쏙쏙 이해돼는 것이 같은 문화권의 힘을 느끼게 한다.

 

  그렇기에『홍콩친척』(1986년)을 제외한 나머지 작품이 1978년~1979년 발표된 것으로 조금은 오래된 작품들이어서 90년대 이후 2000년대까지의 대만의 소설이 어떻게 발전됐는지 더욱 궁금해진다. 지금의 우리와 비슷할지, 아니면 좀 더 다른 정서로 분화되었을지....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