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생은 무척 짧지만 열심히 살면 길어질 수 있어요. 그러니 틀을 깨세요. 빨리 용서하고, 진실로 사랑하고, 즐거웠다면 후회하지 마세요. -

 

  이 소설에서 말하고 싶은 핵심적인 메시지가 아닐까 싶다. 사고로 인해 전신마비 환자가 된 이튼이 14년의 기나긴 고통 속에서 벗어나기 위해 안락사가 불법인 인도에서 안락사를 허락해줄 것을 청원한 사건을 중심으로 소설은 시작된다.

 

  기본적인 생존권을 가진 시민이라면 생명을 포기할 수 있는 권리도 가져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질문에서 시작하여, 스스로 죽음을 원할 정도로 고통받고 있는 자들의 삶을 보여줌으로써 인간이 인간으로서 산다는 것과 인간으로서 죽는다는 것의 핵심을 리얼하게 보여주었다.

 

  더불어, 12년을 한결같이 곁을 지키며 이튼을 간호해온 간호사이자 연인이 된 소피아, 인생의 전성기를 함께한 친구이며 어떤 일이든 믿고 부탁할 수 있었던 변호사 데비아니, 사고 이후 이튼을 살리기 위해 연명치료를 도맡아 온 나야크 박사, 자신을 전신마비 장애인으로 만든 친구의 아들이자 유일한 마술 제자로 자신의 비법을 모두 전수한 오마르, 그리고 14년을 우직하게 집안일을 돌봐온 로지와 마리아까지....이튼의 안락사 프로젝트를 찬성했든 반대했든 결국은 이튼의 든든한 지원자이며 마지막 가는 길까지 벗으로 남은 인물들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에피소드는 가히 감동적이다.

 

  특히, 주인공인 이튼은 스스로 죽음을 완성하는 그 순간까지 삶의 소소한 기쁨과 유머를 잊지 않았으며 사랑과 용서, 후회를 남기지 않는 최선의 삶을 살다 죽으려는 노력을 다함으로써 고통뿐인 인생의 마감이 아닌 온전하게 살다간 인간의 삶을 남길 수 있었다.

 

  - “그러니까 스승님의 첫 번째 마술은 ‘동전 비’ 였군요?”

     오마르가 말했다. 이튼은 고개를 저었다.

     “그게 아냐.”

     “.......?”

     “엄마를 다시 웃게 만든 것.... 그게 내 첫 번째 마술이야. 그리고 내

      인생 최고의 마술이기도 했고.” -

 

  인생의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랑이며, 사람임을 알게 된 이튼은 죽음을 원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을 지인들에게 이해시키는 것을 넘어 사랑의 메시지까지 심장에 심어주고 감으로써 이 소설의 미덕이 완성되었다고 생각된다.

 

  끝으로, 마술계의 2인자였던 야시르의 질투로 인한 이튼의 사고 조작, 간병 간호사와의 로맨스를 넘어선 결혼까지 실화였다면 사실성과 감동을 배가시켰을 장치들이 허구에 기반한 소설에서는 감동을 작위적으로 짜내려는 억지 장치로 여겨져 오히려 리얼리티를 떨어뜨리는 느낌을 받았다. 좀 더 담담하게 쓰는 것이 좋지 않았을까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