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했다.   좋아하지만 어느새 잊고 사는 몇가지 중에 하나가 바로 그림인가 보다.  힐링이 멀리있는 것은 아니다.   마음에 여유가 있어야 책을 읽던지 무언가를 하게 되는 종류의 사람이라 주변을 본다는 것이 늘 쉬운 것은 아니었지만.  바쁘다는 핑계로 책도 사람도 시간을 쪼개야만 만나지게 되는게 씁쓸한 요즘이다.   어쩜 그런 핑계가 어울리는 책이 아닐까, 한가해 지고 싶은 날, 집어 들고 책의 설명대로 선을 따라 그려보고 나만의 디테일, 내눈에 보이는 사물의 이쪽과 저쪽의 표정을 담아 보는 것이다.  사진도 비슷하지만 둘 다 다른 방향으로 접근이 쉽다 하겠다. 

이렇게 부담없이 예쁘기만 한 책을 보고 어찌 펜을 들지 않을 수 있을까.   단순하고 시원한 느낌이 좋다.  이 책을 만난 느낌은 8월의 더위 절정의 어느날의 느낌과 맞물려 더욱 그랬나 보다.  에세이 느낌의 드로잉 노트로 그림을 어렵게 생각하기 보다 친근한 주변의 사물들로 부터 시작하는 시선이 정스럽게 느껴진다. 

책의 그림들은 프러스펜으로 작업했다 한다.   한쪽 페이지는 반쯤 비워져 있는 상태로 작가처럼 따라 그려도 좋고 마이스타일대로 작업해도 좋을것 같다.  도구를 정하는 것부터 흥미롭다.   실제로는 별로인 사물도 그림으로는 한층 더 매력적으로 보일것 같다.  에어컨 보다 선풍기가 훨씬 분위기 있게 표현되듯이 정감가는 사물이 있기 마련이다.   이를 테면 요즘 들어 입을게 없다고 생각되는 내 옷장의 옷들, 여름들어 자주 들게 되는 에코백, 작은 화장대,  작은 다육이 등 이다.   작가가 그림 설명에서  액자에 안그림을 러프해야한다고 표현하는것에서 알수 있듯이 그림에는 '포인트'가 필요하다.   곰인형에 리본패턴이 완성도를 높여 주듯이 포인트가 되는 지점이 있을 것이다.  그것을 살리면서 내 그림이 완성되는게 아닐까.  단순한 느낌의 그림이지만 그리면서 무심히 지나치던 사물을 여러번 다시 바라보며 애정이 생길것 같다. 
언젠가 잡지에서 소개된 펜으로 그린 핑크색 원톤의 일러스트가 인상적이어서 작가를 검색하고 일러스트에 대한 폭이 많이  좁았음을 일깨우기도 했다.   나의 생각은 멈춰 있지만 다른 사람들은 참 많이 열심히 발전하는 구나 느끼면서 한편 아쉽기도 했던 그림이란 작업이 내게로 와서 소소한 행복이 될수 도 있을것 같다.  

일러스트, 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