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에세이들을 읽으면 읽을수록 여행을 하고 싶어 온몸이 간지러울 만큼 붕 뜨는 마음에

거의 자제하다 시피 하다가 오랫만에 손에 들게 된 이 책은 20대에 '사진찍기'를 여행 목표로

17개월간 아시아와 동아프리카를 여행하면서 담은 글과 사진이 고스란히 담겨져 있다.

 

 

다른 여타 여행 책들과는 사뭇 다른 점이 있다면 관광지 중심에서 벗어나 여행에서 만난

사람들과의 대화나 그들의 모습에 초점을 두고 있다는 게 가장 큰 다른점인데

여행을 하면서 만나는 사람의 모습이 가끔은 그 나라를 대표하는 이미지이기도 하고

길 위에 만남이란게 참 묘한게 그 짧은 시간에 스치는 인연이 뇌리에 박혀 평생동안 잊혀지지 않을만큼

여행을 하는 이유 중 하나가 되기도 한다.

아마도 이 저자 또한 그런 매력때문에 사람들의 모습을 사진에 담고

그들의 이야기를 써내려 가고 있는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감성적인 책이 좋은 이유 중 하나는 정말 머리 아프도록 곱씹거나

논리정연하게 생각할 필요 없이 그저 휴식을 취하듯 느긋한 마음으로

책을 읽어내려갈 수 있다는 점이다.

그러한 이유로 이 책은 잠들기 전 잠이 쏟아지기 전까지 읽어내려갔던 터라

한번에 길게 읽지는 못하고 짤막짤막하게 나눠서 읽었던것 같다.

 

 

책을 읽고 난후 작가가 미치도록 부러웠던 것이 있었는데

그건 바로 현재는 땅을 밟을 수도 없는 방문금지가 되버린 나라들을 여행하고 왔다는 점이다.

물론, 갈 수 있는 여건이 되더라도 내가 여행 할수 있느냐는 미지수지만

사람의 심리가 원래 안되는 것에 더 안달하는 법이라 그런지 몰라도 그 모든것이 다 부럽게 느껴졌다.

 

 

이 책의 가장 마지막 부분에 여행에서 만났던 친구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몇가지가 참 인상깊었는데 그중 한가지는 작가가 방문했던 곳을 일부러 찾아가

작가가 남겨놓은 자취에 새로운 이야기를 덧붙이는 일이였는데

그건 생각만해도 정말 특별한 경험이 아닐까 싶다.

그것이 저자가 됐든 친구가 됐든 어쩌면 평생 딱 한번밖에 방문할수 없는 곳에서

공간은 떨어져 있지만 서로가 공감할 수있는 공감대를 형성하고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 나간다는것.

참 두근 거리는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리고 다른 하나는 도서관은 커녕 제대로 된 책이 없어 공부를 하고 싶어도 할수 없는

세상의 가장자리에  사는 아이들을 위해 1000개의 도서관을 지어주겠다는 꿈을 가진 친구이야기.

현재 그는 17개의 도서관을 지었다고 한다.

솔직히 이부분에서 무척이나 감동 받았다. 단순한 여행이 아닌 여행을 통해 어떤 것을 깨닫고

그리고 알지도 못하는 아이들을 위하여 생각하기조차 어려운 일을 실행하고 있다니

왠지 여행을 통해 그저 아름다운것들을 눈에만 담아오고자 했던 내자신이 약간은 부끄럽게 느껴지기도 했다.

 

 

과연 나도 이런 큰 꿈을 꿀 수 있을까나?

 

 

그러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정작 지금 나를 휘감고 있는 공포와 두려움은 아직 얼굴도 보지 못한 도적이 아니라,

바로 나 자신이 만들어낸 것이다. 내가 파놓은 구덩이에 내가 들어가서 살려달라고 외치는 꼴이었다.

나는 얼른 구덩이에서 빠져나왔다. 그러고는 원래부터 구덩이가 없었던 것처럼 흙으로 말끔히 덮어버렸다.

앞으로 내가 벌어질 일들을 그냥 운명처럼 받아들이기로 했다.

 

 

대신 내겐 폴라로이드 카메라가 있었다.

필름이 귀한지라 자주 꺼낼 수는 없었지만 중요한 때에 요긴하게 사용했다.

그 중요한 때란

공식에 의해 정해져 있는 게 아니라 항상 운명처럼 찾아왔다.

영원히 멈춰놓고 싶은 순간들이 있었다.

내가 아니었으면 평생 그런 순간을 정지시킬 수 없는 사람들이 있었다.

 

 

 

문들 이런 생각이 들었다. 장애인들을 우리와 '다르다'고 가정하지 않는것,

이것이 우리 모두를 행복하게 해주는 길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