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의 마지막 황제 순종.

어쩌면 역사 저편으로 아스러져가는 그에 대해 알려고 하는 사람은 그리 많은 것 같지는 않다.

솔직히 나조차도 이 책을 읽기 전까지는 순종에 대해 생각해 본적도 없거니와

마지막황제 가 순종이였는지 조차 모르는 무지함을 가지고 있었으니 말이다.

고종과 명성황후의 둘째 아들로 태어난 순종의 인생은 참 치욕과 암울함으로 가득차 있다.

 

 

 

건강치 못했던 몸과 할아버지인 흥선대원군과 어머니 사이에서의 갈등을 지켜보면서 자랐던 그는

단순히 일본과의 관계에서도 힘든 시기였지만 자신을 부정하는 듯한 할아버지의 눈빛에서

 항상 주눅들 수밖에 없었던 암울했던 성장기.

그는 암살 기도로 인해 아편으로 치아까지 잃고,

더불어 일본에 의해 끔찍하게도 어머니 까지 잃을 수밖에 없었다.

 

 

 

어찌 죽고 싶지 아니 하랴. 어찌 도망가고 싶지 아니 하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그의 입장과 더불어 무능하다고 할 수밖에 없는

자신의 모습에그의 삶은 회의와 불안감만이 가득했다.

 

 

 

길위의 황제.

제목 그대로 순종은 자신의 자리가 어디인지 몰라위에서 헤매일 수밖에 없는 처지였다.

비록 이 글이 소설에 지나지 않는다 하지만 순종이 겪어야만 했던 아픔과 슬픔을 어느정도 대변해 주고 있으리라 본다.

책을 읽으면서도 느껴지는 황제라는 직위에 대한 허탈함과 무능력감에

책을 읽는 나조차도 씁쓸함을 감출 수가 없는데

그의 애끓는 심정은 오죽하였으랴 하는 생각이 들었다.

 

 

 

 

 

 

 

 

 

순종은 도쿄를 방문하면서 신하로서 대정천황을 배알하고 현소에 참배를 하게 된다.

기차를 타고 가는 내내 그는 제대로 잠을 못이룰 정도로 악몽에 시달리지만

막상 도쿄에 방문하고, 모든것을 놓아버리듯 오찬회에서는 배타적인 감정을 느끼지 못한다.

이 부분에서 왠지 모르게 공감가는 이유는 무엇일까?

 

 

자신이 더이상 떨어질 수 없을 정도의 나락으로 떨어졌을때.

자신을 부정하고 싶어도 막다른 골목에 더이상 나아갈 수 없을때.

아마 순종은 자신을 놓아버렸던게 아닐까? 더이상 모든게 귀찮고 힘들어진 것이다.

영혼의 무게를 감당할 수 없어서 그저 모든걸 내려놓는듯한...

그렇지만 현실의 벽은 너무나 높기 때문에 그는 또다시 악몽을 꿀 수 밖에 없는

벗어날 수 없는 연속된 굴레.

 

 

순종의 도쿄 방문기는 역사만으로 따져볼땐 굴욕적인 사건임에는 틀림 없지만

단지 순종을 그렇게만 기억하기에는 그의 암울한 삶이 너무나도 안타깝게 느껴진다.

책을 읽으면서 문득 작년에 읽었던 덕혜옹주가 떠올랐다.

순종과 닮아 있는 덕혜옹주. 그 닮음이 그들의 인생의 모습이 아니라

슬픔과 아픔을 견뎌내는 그들의 묵묵함이 왠지 모르게 닮아 보인다.

 

 

책을 통해 잊혀져만 가는, 그리고 잘 몰랐던 순종을 만나게 된 좋은 시간을 가질 수 있었던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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