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엔 별 연연을 하지 않고 본 ’우행록’. 이 책을 다 보고나서야, 제목의 한자가 뜻하는 바를 지금서야 봤다. ’어리석은 행동의 기록’이라고하지만, 뭐가 어리석다는 것인지 모르겠다. 죽임을 당한 남자와 여자의 과거와 현재의 몇 가지의 행적이 어리석다는 것인지, 혹은 그들을 주관적으로밖에 판단할 수 밖에 없는 이들을 어리석다고 하는 것인지, 혹은 중간중간 어쩐지 비정상적인 판단을 하는 ’여자’의 판단이 어리석다는 것인지 말이다.

 어리석은 행동을 찾으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누구도 어리석다는 표현이 걸맞는 사람은 없다는 것에 있었다. 한 개인은 결코 ’착하다’, ’악하다’로 간단하게 결론내릴 수 없다. 그래서 그에 대한 평가는 갈릴 수 있다. 이 책엔 누구도 착하지 않다. 하지만 그렇다고 누군가가 죽음을 당해야할만큼 사악하지 않다. 그리고 그를 죽이는 사람역시도 누군가를 죽여야할만큼 상대에게 많은 피해를 입은 것은 아니다. 나름 그들에게 피해를 입은 사람들도 제각각의 삶을 살아간다. 하지만 비정상적인 판단을 갖고 사는 사람이라면, 분명 이 사람이 아니더라도 다른 사람에 의해서 결국 밑바닥 인생을 살 수 밖에 없다. 아니. 그건 분명하다! 

 정말이지, 우행록을 다 읽고선 굉장히 불쾌했다. 그 젊은 부부가 어떤 삶을 살았던, 그것은 인간이라면 가질 수 있는 어느정도의 사악함이었다. 그 사악함이 표출된 상대가 ’약자’라는 것은 또하나의 언짢음을 만들지만, 그렇다고 그것이 결코 ’죽음을 당해 마땅한 사람’은 아니다. 그들이 가진 하나의 사악한 면목은, 잘나지 않은 우리가 결코 타인들에게 들키지 않게 쉬이 행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서 어떻게 보면 조금은 부러운 점으로도 보인다. 

 여튼 '대체 뭐 때문에 죽임을 당한거야?'하면서 계속 미궁 속으로 빠지는 이야기에, 재밌게 읽다가 결국엔, 불쾌하다못해서 정신병원에 확 쳐넣고 싶은 범인의 이야기에 순간 책을 확 침대에 던져버렸다. 아무래도 책을 구매하려던 당시에 ’누가 가해자이고, 피해자인가’하는 문구 때문에 당연 좀 이해할 여지가 있는 살인자인 줄 알아서 그런가보다. 줸장. 내 생각엔 이해여지가 없었다. 그냥 미친 사람은 알아서 피해야지, 하는 생각이 들었을 뿐. 도리어 피해 부부의 행실보다도 그들 주변의 사람들도 만만치 않은 사람이라 생각되는 건 뭘까.

 여튼 간만에 책 한번 놓지않고 열심히 보긴봤는데, 왠지 많이 허무하고 멍하다. 비록 범인의 동기가 나를 불쾌하게 만들었지만 분명 잘 쓴 작품이다. 인간의 본성을 예리하게 파헤치는 작품이라서 누구에게나 추천해주고 싶다. 하지만 '잘난 사람들에 대한 불만이 쌓인 어두운 사람'들에게는 결코 추천하고 싶지 않다. 어떻게보면 그들에게 나쁜 영향을 끼칠 것 같단 생각이 드는 그런 책인지라 말이다.




우행록, 일본소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