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5.1 read

 무라카미 하루키하면 맨 처음 떠오르는 작품은 ’상실의 시대’다. 이 작품을 처음 만난 것은 내가 중학교 3학년 때였다. 무라카미 하루키가 누군지도 모르고 그냥 대여점에 있길랭, 아무생각없이 빌려와서 읽었었다.

 워낙 ’읽는 것’ 자체를 좋아하기에, 유명 작가의 작품이건 뭐건에 상관없이 그냥 뭐든 읽었던 시기였다. 한번 꽂히는 작가가 있으면 로맨스할리퀸 작가여도 빠졌었고, 우울한 리얼리티를 그리는 한국작가에게도 빠졌고, 뭔가 특이한 상념에 빠지게 했던 프랑스작가에게도 빠지고. 그렇게 다양한 작가에게 빠지던 시기이기도 했다. 하지만 제목이 너무 좋아서 생각없이 빌렸던 이 책은, 그 시절엔 영 읽을 시간이 쉬이 생기지 않았고 그렇게 나를 끌지 못하던 내용은 결국 100페이지 넘게 보고는 대여점에 책을 반납해야할 시간이 도래하자, 망설임 없이 없이 이 책을 내줬다.

 시간이 바야흐로 흐르고, 2010년 4월 어느 날. 문득. 아주 문득 무라카미 하루키의 ’상실의 시대’를 다 읽고 싶단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해서, 나도 모르는 사이에 언제부터인가 책장에 숨 죽인 채로 꽂혀있던 무라카미 하루키의 ’상실의 시대’를 읽게 되었다.

 전체적인 구조는 ’데미안’이었고, 내용은 성적인 이야기를 위주로 하면서도 전반적인 느낌은 호밀밭의 파수꾼을 유지하고 있었다. 바로 여기서 황당했다. 바로 성적인 이야기를 중요하게 작용시켜나갔기 때문이다. (뭐, 생각해보면 1Q84도 그러한 것 같기도하군. 흠. 하지만 난 무라카미 하루키 님의 작품을 많이 읽지 않았기 때문에 그의 작품 세계에서의 성행위가 얼마나 큰 작용을 하는지는 아직 이야기할 수가 없음. 그러니 이 이야기는 여기서 각설.)
 내가 노골적인 성적 표현에 움찔할 나이는 지났음에도, 뭐랄까 그것이 이 책에선 그 ’성적인 행위’가 아주 중요한 역할로 작용한다는 것이 참으로 이해가 되지 않았다. 거기다가 진심 마음에 들지 않았던 여주인공 캐릭터. 이렇게까지 마음에 들지않고 자기 세계에 빠져서 주위 사람 휘두르는 타입은 진심 어떤 대단한 작품에서도 만나고 싶지 않은 캐릭터다. 마치 그건 내가 심적으로 힘들게 해서 보기 싫다는 ’에쿠니 가오리의 문체가 사람화된 캐릭터’를 만난 것 같았다. 윽.

 정서적, 정신적 불안정한 사람들이 나와서 결국 다들 미해결상태로 마무리되고, ’뭐밍? 내가 뭘 읽은거지?’하고 혼자 묻고는 그나마 오랫동안 이 책을 나름 필수도서로 생각하고 있었던 내가 이번 기회에 다 읽었으니 만족스럽긴 하다. 하지만 그렇게 여기지 않는 책이었다면, 몇 쪽 보다가 결국 때려치웠을 것이다. 

그런데 이 책이 나처럼 필수도서라고 생각되는 것은 아무래도 ’상실의 시대’라는 제목에서 비롯된 것 같다. 원래는 ’노르웨이 숲’이라는 별 특징없는 제목으로 들어오셨는데 그때는 별로 반응이 없었는데 ’상실의 시대’로 바꿔서 출판되자, 이 책 대박났다한다. 나도 ’노르웨이 숲’이었으면 안봤을 것 같다. ’상실의 시대’. 그 얼마나 무.언.가 있는 그.럴.듯.한 이름인가. 흠.흠.

 그래도 확실히 무라카미 하루키 님은 별 내용없이도 담백하게 인물들을 내세우면서 스토리를 이끌어가는 가신다. 정말 대단한 분.   

ps.  태엽 감기로 하루를 시작한다라는 그 부분 너무 좋다.
        아, 일요일에 태엽을 감지않는다라...이 표현은 내가 오랫동안 품을 것 같다.

       그리고 이 책 속의 남자주인공이 상당히 매력적이라 생각되서 
       기어이는 테마 만들었다. ^^
   
       여튼 참 야금야금 읽었던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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