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림웍스와 파라마운트가 차세대 DVD 포맷 전쟁에서 결국 블루레이 대신 HD DVD를 선택했다. 할리우드 대표적 메이저 제작사 두 곳이 기술적인 면에서 우위를 점하던 블루레이가 아닌 HD DVD 쪽을 택함에 따라 차세대 DVD 포맷 전쟁은 더욱 격렬해졌다. 두 포맷 간의 가장 큰 차이점은 가격과 품질. 가격은 HD DVD쪽이 플레이어 기준으로 1.5~2배가량 저렴하며, 영상 품질은 블루레이쪽이 낫다. 하지만 플레이어 가격이 1년 만에 절반가량 떨어진 것으로 볼 때, 블루레이의 경쟁력이 점차 상승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이미 거물 제작자 제리 브룩하이머가 블루레이 예찬론을 펼친 바 있으며, 최근 마이클 베이 감독도 블루레이를 지지하는 글을 포스팅하기도 했다. 드림웍스의 공동대표인 스티븐 스필버그도 블루레이 지지자다. 현재 대부분의 할리우드 감독들은 용량이 더 큰 블루레이를 지지하는 쪽이다.
따라서 이번 할리우드 메이저 제작사 두 곳의 HD DVD 선택은 다소 의외의 결과. 개발 회사 도시바측이 엄청난 금액을 들인 로비의 결과라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현재 블루레이 포맷을 지지하는 진영은 개발사인 소니의 자회사인 소니 픽쳐스를 비롯해 20세기 폭스, 월트 디즈니, 라이온스 게이트 엔터테인먼트, MGM 등이다. 도시바가 주창하는 HD DVD 포맷은 드림웍스, 파라마운트, 할리우드 최대 영화 제작사 유니버설 픽처스 등이 이끌고 있다. 문제는 각 진영이 영상물을 오직 자신들의 포맷으로만 출시한다는 것인데, 두 포맷 모두 출시하는 회사는 오직 워너 브러더스와 자회사 뉴라인 시네마뿐이다. 따라서 이에 따른 불편은 모두 소비자에게 돌아온다. 예를 들어, 영화팬이 올해 흥행작 <트랜스포머> <슈렉 3> <스파이더맨 3> <캐리비안의 해적 3: 세상의 끝에서>를 고화질로 제대로 즐기고 싶다면 HD DVD 플레이어와 블루레이 플레이어를 모두 구입해야 한다.
한편, 양쪽 포맷이 사활을 걸고 경쟁하는 이유는 포맷의 표준을 획득한 쪽이 모든 이익을 몽땅 가져가는 독식 구조이기 때문이다. 기술 개발에 따른 라이선스 비용 가치가 표준 획득과 함께 천문학적 이익으로 돌아온다는 것. 전문가에 따르면 이와 같은 경쟁 구도가 장기전에 돌입할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이미 소니측은 과거 가정용 비디오 포맷 경쟁에서 뼈아픈 패배를 경험한 적이 있어 기술적 우위에 따른 자만심보다는 적극적인 홍보를 통해 친밀감을 높이는 전략을 구사하며, 무엇보다도 게임기 ‘플레이스테이션 3’ 보급률이 높아 유리한 고지를 점한다는 것이 장점이다. HD DVD 쪽은 플레이어 가격 하락 폭이 높아 저렴한 시스템 구성에 용이하고 인터랙티브 메뉴 활용이 가능한 등의 강점이 있어 당분간 양립 체제로 굳어진다는 것. 현재 DVD 판매율은 블루레이가 두 배정도 앞서고 있다. 따라서 이번 드림웍스, 파라마운트의 HD DVD 포맷 지지 선언이 결국 심화된 경쟁 구도를 한층 더 안개 속으로 빠뜨린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