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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기 할리우드 감독 중엔 한 장르의 거장으로 기억되는 이들이 있다. 슬랩스틱 코미디의 ‘찰리 채플린’, 서부극의 ‘존 포드’, 서스펜스 스릴러의 ‘알프레도 히치콕’, 스크루볼 코미디의 ‘프랭크 카프라’가 그들이다. 그런데 이와는 반대로 거장이라는 평가를 받으면서도, 한 장르에만 국한되지 않고 여러 장르를 오간 감독이 있다. 바로 서부극부터 갱스터, 필름누아르, 뮤지컬, 스크로볼 코미디, 전쟁영화까지 다양한 장르를 섭렵한 ‘하워드 혹스’ 다. 주목해야 할 것은 혹스가 단지 이런 장르에 손을 댔다는 게 아니라, 그가 만든 영화가 영화사에서 빠지지 않고 언급되는 걸작이거나 문제작이라는 것이다. 갱영화 [스카페이스](1932), 사설탐정영화 [빅 슬립](1946), 서부영화 [붉은 강](1948), 로맨틱코미디 [아기 양육](1938), 뮤지컬 [신사는 금발을 좋아한다](1953년)등이 이를 증명한다.

1920년대 초 무성영화시대에 프로듀서와 각본가로 활동하다가, 1926년 [영화의 길]로 감독 데뷔한 ‘하워드 혹스’는 1970년 [리오 로보]를 마지막으로 은퇴하기까지 총 41편의 영화를 만들었다. 그는 영화감독은 무엇보다 이야기를 전달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했고 이에 따라 프레이밍, 카메라 움직임, 이야기 전개 등 그 어떤 면에서도 불필요한 과시를 피했다. 이처럼 미니멀한 연출 탓에 그의 스타일은 무색무취라 불릴 정도로 딱히 집어내기 힘들지만 그의 탁월함은 바로 그러한 기능성을 극단까지 밀고나간 연출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하워드 혹스’의 영화세계를 맛 볼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됐다. 오는 8월 10일부터 18일까지 필름포럼에서 “하워드 혹스 회고전”이 열리는 것. 상영작은 [스카페이스](1932), [20세기](1934), [베이비 길들이기](1938), [천사만이 날개를 가졌다](1939), [요크상사](1941), [빅 슬립](1946), [레드 리버](1948), [나는 전쟁 미망인](1949), [신사는 금발을 좋아해](1953), [리오 브라보](1959), [하타리](1962), [리오 로보](1970) 총 12편이다. 한 명의 감독에게서 얼마나 다양한 느낌의 영화가 나올 수 있는지를, 눈으로 확인해 볼 수 있는 좋은 자리가 될 것이다. “하워드 혹스 회고전”에 대한 좀 더 자세한 내용은 http://www.filmforum.co.kr/에서 확인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