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장상영시기를 놓치고 DVD가 출시되면 언젠간 봐야지 하며 기다리고 있던 영화였는데, 드디어 오늘 보게 되었다.

 

유명 배우들이 더빙을 맡았다는것을 제외하고는 아무 정보도 없이 영화를 보기시작하다 첫부분부터 " 이거 중국에서 만든거야? " 하며 한번 멈추고 제작사를 확인해야했다.

그리고 그 질문은 영화를 보는 중간중간마다 반복적으로 떠올랐다.

쿵푸라는 중국전통 무예를 소재로 했다는 점도 그렇지만, 배경음악 , 줄거리 전체가 한편의 중국무술영화와 흡사했기 때문이다.

 

전체관람가 등급인만큼 줄거리는 아주 단순하다.

주인공 포는 대대로 국수가게를 이어오는 집안의 아들이다.

아버지는 아들이 가업을 이어받아 국수가게를 운영하길원하지만, 포는 쿵푸의 대가들인 무적의 5인방을 동경하며 그럭저럭 하는수없이 아버지의 뜻을 따르는듯하다.

그러던 어느날 마을의 현자이신 대사부는 마을의 평화를 위협할 타이렁이 감옥을 탈출한다는것을 예언하게되고, 그를막아내고 마을의 평화를 찾기위해  용의전사를 뽑겠다는 공고를 내게 된다.

그 소식을듣고 한달음에 대련장으로 달려간 포는 엉뚱한 계기로 대사부에게 '용의전사'로 뽑히게 된다.

 

오직 용의전사만이 최고의 쿵푸비법이 적힌 용문서를 가질수 있는 권리를 얻게 되는데.. 다름아닌 쿵푸의 쿵짜도 모르는 미련곰탱이 비만팬더가 뽑히게 되었으니, 그동안 이 문서를 얻기위해 수련해온 무적의5인방과 스승인 시푸는 이사실을 인정하지 못한다.

그런 시푸에게 대사부는 ' 그냥 믿으라 ' 는 말을 남기고 세상을 떠나고 , 시푸의 믿어보려는 의지와 포의 쿵푸에 대한 열망으로 어느정도 훈련이 진행되는듯하다.

그리고 용문서를 받던날, 아무런 내용이 적혀있지 않은 문서를 보고 포는 비관하며 다시 아버지의 국수가게로 돌아간다.

 

타이렁을 피해 피난길에 오른 마을사람들 틈에서 푸의 아버지는 대대로 내려오는 국수국물맛의 비밀은 사실 '없다' 는 말을하자,

뭔가 깨달았다는듯 푸는 홀로남아 타이렁을 대적하기위해 기다리는 시푸에게로 달려간다.

그리고 충만한 자신감으로 마침내 타이렁을 물리치고 마을의 평화를 가져온다.

 

캐릭터들의  풍부한 감정을 담아낸 표정과 대사는 러닝타임내내 잠시도 흐트러지지않고 몰입할수있는 즐거움을 가져다 주었다.

약간 미련한듯 둔한듯 넉살좋은 푸, 질투심에 일그러져 자신을 망치고 마는 타이렁, 이치를 깨달아 마음을 비운듯한 대사부, 충직한 오인방, 유약해 보이지만 아들을 인정하고 믿어주는 따뜻한 아버지의 캐릭터는 우리주변에서 흔히 볼수있는 유형들이란 점에서 흥미로웠다.

 

특히 이 애니메이션을 관통하는 동양철학사상을 주목해보자면, 미국에서 이러한 사상에 접근했다는것이 난 참 놀라웠다.

짧은 등장에도 불구하고 대사부의 대사는 듣는순간 머리에 팍팍 박힐 정도로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타이렁의 탈출소식을 알리기 위해 허겁지겁 달려온 시푸의 ' 나쁜 소식이 있습니다' 라는 말에

대사부는 느긋하게 뒤를 돌아보며 ' 단지 소식이 있을 뿐이지 나쁜소식 좋은소식이란건 없지' 라고 하는 대사야말로 백미중의 백미로 뽑고싶다.

그 말속에 흐르는 대소유무의 이치야말로 동양철학의 정수일것이다.

좋고 나쁨 그 이분법적 사고를 초월하여 현상을 있는그대로  인정하고 수용하는것이야말로 부처와 깨달음을 얻은이들이 우리에게주는 가장 큰 가르침이 아닐까.

바로 그걸 이 애니메이션에서 말하고있고, 이러한 사상을 서양에서 간파하고 만든 작품이라는것이 실로 놀라웠다.

 

감동적인 대사는 또 이어진다.

' 어제는 역사일 뿐이고 , 내일은 알 수없는 것이다. 그리고 현재는 선물이다 '

' 세상에 우연이란건 없네 '

' 그냥 믿어주기만 하면 되네 '

 

그리고 대사부는 반짝반짝 별이되어 하늘로 올라간다.

깨달음을 얻고 현자로 살다간이의 마지막 모습이다. 그의 마지막모습에서도 동양철학은 계속된다.

 우주가 만들었기에 우주의 일부분인 우리 인간은 죽고나면 다시 우주로 돌아가게 된다는 돌고돌아 지극한 그 이치.

 

'모든것은 마음먹기 달려있다' 는 자신감의 메시지 말고도 곱씹어 생각하며 볼거리들이 무수히 많은 애니메이션이다.

 

 

 

 

 

 

 

쿵푸팬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