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즐거운 그림책 읽기>는 그림책을 공부하시거나 작가를 목표로 하시는 분들에게 권하고 싶은 책이더군요.

그림책을 만들면서 중요한 것은 뭘까요?

 

<작가의 개성은 구성에서 온다. 구성? 연출!!>

 

 처음에 저는 그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아무래도 그림책이니깐요. 글의 양보다 그림이 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고,

주요 독자층이 어린이라는 점에서 그림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선생님은 작가의 개성은 "구성"에서 나온다고 했습니다. 구성, 즉 연출인 것이죠.

영화로 따지면 화면을 연출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면, 친구와 다투고 화가 난 주인공을 그린다고 생각해봅시다.

직설법으로 화가 난 표정을 그리거나, 친구랑 싸우는 모습을 그려도 됩니다.

그런데 조금 더 깊이있게 들어간다면, 붉은 색 계열로 주인공의 심리를 표현하거나, 등을 돌리고 씩씩거리는 표정,

혹은 주변의 사물들로 심리를 표현할 수도 있겠지요. 

  선생님은 '구성'이라고 표현하신 부분을 저는 '연출'이라는 말로 바꾸고 싶습니다.

그게 알기 더 쉬우니깐요. 작가의 개성은 '연출'에서 옵니다. 연출을 잘했을 때, 그림책이 사는 것이지요.

이 연출을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요? 

 

<그림책 비평서에서 연출을 발견하다>

 

 <나의 즐거운 그림책 읽기>에서는 아동문학 기획자인 엄혜숙씨가 그림책에 관해 조목조목 비평해 나갑니다.

좋은 주제와 서사적 개연성뿐 아니라 효과적인 화면구성과 전개에 관한 이야기를 하는데, 이런 부분이 그림책 작가를 목표로

하시는 분들이 읽기에 도움이 될거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처음 그림책을 그릴 때는 그림을 잘 그려야한다는 생각에 치우쳐서 위의 것들을 놓치기 쉬운데, 결국 그림책도 책이거든요. 책을 구성하기 위해서는 그림 뿐 아니라 글, 메시지, 화면의 전개까지 고려해야지 독자에게 하고 싶은 말을 할 수 있게 됩니다.

 

<이런 부분에 공감하다>

 

- <갯벌이 좋아요>라는 그림책에 대해 비평한 내용은 출판사 미팅 때 편집자들이 지적한 내용과 유사해서 놀랐습니다.

아마도 작가들이 놓칠 수 있는 부분을 조목조목 따져주어서 그런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예시로써 몇가지 적어보겠습니다.

 

 

 

 

줄거리는 갯벌을 떠나 저멀리 바다 끝 흰구름을 찾아 떠나는 꼴발게의 모험이야기 입니다.

갯벌과 바닷 속 동물들을 보여주는 정보 이야기 책이지요.

 

1. 납득할 수가 없다.

떠날 때도, 돌아올 때도 납득할 만한 상황이 설정되어야 하지 않는가? 

 

그림책에서 주인공의 행동에는 무언가 납득할 만한 상황이 필요합니다. 제 첫 그림책인 <달이 되고 싶어>도 그런 점을 지적 받았지요. 왜 얼룩말이 달을 만나려하는지 이유가 불분명하다면서... 그림책 뿐 아니라 소설이나 시나리오에서도 캐릭터들의 행동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어야 되는 것 같습니다. 외적, 혹은 내적 동기가 없는 상황에서 무조건적으로 나가는 것은 No,No,No! 

 

 

2. 화면 구성과 전개

차라리 푸른 하늘과 흰구름이 넓게 펼쳐지고, 저멀리 흰구름을 동경에 찬 눈으로 바라보는 꽃발게가 나왔다면...  

 

이 그림책에서는 화면 전개를 위해서 갯벌을 중심으로 첫 장면이 나왔다고 합니다. 그런데 하늘을 동경하는 꽃발게니 하늘을 첫 장면으로 보여줬으면 하는 아쉬움을 말하는 것이지요.

저 역시 그림책 초고 스케치를 할 때, 그런 얘기를 들은 적이 있네요. 저는 아이들이 그림책을 보면서 관찰하는 것을 좋아한다고 생각해서 첫 장면에 주인공을 배경으로 넣어서 진행시켰는데, 그것을 보던  지인분이 그런 말을 했죠.

"왜 주인공이 숨어있는 거니?" - 주인공은 주인공인가봅니다. 말하고 싶은 부분이 있으면 너무 꽁꽁 숨기지 맙시다^^

아, 저만 그런건가요? ㅋㅋ 

 

무엇을 말할 것인가? 무엇을 보여줄 것인가?

-역시 이 부분이 가장 중요한 것이겠죠?

 

3. 잇달아 달라지는 화면의 시점

어떤 때는 아주 작고, 어떤 때는 아주 크게 나온다. 상대의 크기를 간과하거나...

<중략> 지식 이야기 그림책이기 땜누에 어느 정도 왜곡, 과장, 환상성은 필요하지만, 화면마다 꽃발게의 크기를 종잡을 수

없게 표현한 것은 문제이다.

 

보통 애니메이션을 제작할 때, 등장 캐릭터들의 신장부터 배경이 되는 모든 곳을 미리 그리고 들어가지요.

그림책은 작은 무대입니다. 하지만 다소의 조절은 가능하지요. 하지만 이유 없는 변화는 혼란을 주니깐 피하는 것이 좋겠지요.

 

 

<그림책 비평서에서 신인 작가가 나아갈 방향을 발견하다>

 

이 책을 읽고 있으면 출판사와 편집자의 생각을 엿볼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사실 그림책의 처음 시작은 자신의 경험이나

생각들을 기준으로 시작되기 때문에 자칫 균형을 잃으면 자기만의 세계를 그릴 수 있는 위험이 있는 것 같습니다.

이런 것은 소설이나 시나리오에서도 비슷한 일이 일어납니다. 그래서 그들은 초고가 끝나고 나면 어느 정도 시간을 두고 작품을 

내려놓았다가 다시 보곤 합니다. 그럼 객관적인 눈을 찾을 수 있지요.

 

이 책을 읽으면서 그림책 작가들도 그런 과정이 필요하겠구나...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다른 사람의 의견도 듣고, 스스로도 객관적인 시선으로 바라보려는 노력도 필요하구요. 혹시 연출이나 화면전개에 있어서

부족한 부분이 있다면 다듬어서 더 좋은 방향으로 나아가야겠지요.

 

그래서 저는 이 책을 그림책 작가를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은 신인 작가분들께 강추하고 싶습니다.

호로롱, 그림책, 나의즐거운그림책읽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