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책 속 세계여행" 일찍 가보고 싶었지만 이런저런 일로 미뤄왔다가 지난 주말에야 다녀오게 되었어요.  평소 미술관을 잘 데려가지 않았던터라 미술관이 아닌 공룡박물관을 가고싶다며 입이 나온 42개월 아들에게 앤서니 브라운의 행복한 미술관에 간다고하니 그제서야 좋다고 하더라구요^^

미술관안에서 맨처음 만난 "에르베 튈레".
아이는 튈레의 작품을 보고 눈이 휘둥그레지며 감탄사를 연발했습니다.
"우와, 엄마, 이것 봐. 정말 멋지지! 예쁜 색깔이 가득가득, 우와, 우와, 멋지다!"
그림벽으로 꾸며진 방같은 공간에서 이리뛰고 저리뛰고 하면서 나중에 계속 볼 수 있게 카메라에 담아놓으라고 주문합니다.
- 안타깝게도 한, 두장 찍고 카메라 배터리가 없어서 아이 울릴뻔 했습니다^^;;-
제가 아이 생각을 물어보려했는데 아이가 먼저 물어보더군요.
"엄마, 저건 무슨 그림 같아? 내 생각에는.... 어쩌구, 저쩌구...."

사진은 없지만 튈레의 그림자 공간도 있었습니다.
아이가 워낙 겁이 많아 처음에는 근처에도 가지 않으려고 했는데 바깥쪽에 비친 한 그림자가 뱀 같다며 용기를 내어 들어갔어요. - 요즘 뱀에 푹 빠져서 파충류 박사가 되고 싶다고 합니다 - 막상 그림자를 보다보니 두려움은 잊고 신기한 듯 바라보는 아이....

헬렌 옥슨버리와 존 버닝햄의 원화도 알고 있는 그림들이라 반가워했습니다.

잘 모르는 작가의 그림에서는 아이가 좋아하는 동물 나오는 그림을 위주로 봤어요.^^

그리고, 전시장 한쪽에 아주 크게 만들어 놓은 "고릴라" 모형... 아이가 앤서니 브라운의 그림책 중 "고릴라"를 제일 좋아해서 반가워할 줄 알았는데, 무서워하더라구요. 어떻게든 옆에 가서 인형을 만져보고 친근감이 들 수 있게 설득해보았지만 아이가 끝내 거절했습니다.
"네가 좋아하는 고릴라잖아~" "엄마, 고릴라가 아니고 우리는 친구거든." "..........."
우리는 친구에 나오는 고릴라는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요.--;;

크리스티앙 볼츠에 나오는 단추와 철사 등으로 만들어진 인형과 먼지깨비의 세트에도 아주 반가워하며 아는척!!!
마지막으로 구름빵 영상물 상영은 두번이나 봤어요. 구름빵을 참 좋아해서 책 내용을 줄줄 외워대는 아이에게 정말 마음에 쏘~옥 드는 멋진 영상물이었습니다.
마치 자신이 주인공이 된 듯 나오는 대사들을 같이 따라하며 신나했습니다.

그리고, 전시된 작가들의 책 등을 판매하는 곳이 있었어요.
에르베 튈레의 책도 판매하고 있었는데, 아이가 "길찾기"를 보더니 갖고 싶다며 책을 갖고 줄행랑..... ㅋㅋ
많은 아이들이 에르베 튈레의 작품을 좋아해서 적어도 책 한 권씩은 구매하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사실 저는 손재주가 없는데다 아이디어도 부족해서 학창시절에 미술시간은 항상 도망쳐 숨고싶은 시간들이었습니다. 미술 선생님에게 참 못한다는 한숨섞인 말도 여러번 들었었죠 ㅠ.ㅠ.
그래서, 아이한테만은 어느 한가지라도 못해서 싫어하게는 만들지말자 싶어 평소 미술놀이를 해주려고 나름 노력했지만 역시 솜씨없는 엄마의 놀이에 아이도 흥미를 붙이지 못하더라구요. 물감이 손에 묻는게 싫어 울먹이고 심지어 좋아하지 않는 아이들이 없다는 밀가루놀이까지도 싫어하는 아이가 엄마 입장에서는 참 안타까웠습니다.
그래서 전시회에 가면서 평소 좋아하는 책에 나오는 그림과 모형 등을 보면 아이의 성향이 좀 달라져서 미술에 관심을 보이지 않을까하는 기대를 했었습니다. - 아이가 좋아하기만 하면 그걸로 만족하자라는건 생각뿐 마음으로는 참 따라지지가 않는 것 같아요^^;;-

그런데 전시회에 다녀와서 아이에게 작은 변화가 생겼습니다.

    
색깔막대, 색깔총(여러가지 예쁜 색깔들을 발사하는 총이랍니다), 색깔 조각배, 색깔 공 등등.....
너무 단순해 보이는 블럭작품이지만 아이에게는 정말 특별한거예요.
빨강색만 좋아해서 과일도 빨간빛 과일만 먹고 무엇을 색칠하건 빨간색으로만 하고 빨간색 블럭만 가지고 놀던 아이가 여러색깔의 블럭을 조립하기 시작하고 색깔들이 아름답다는 느낌을 갖기 시작했거든요.

  
아이가 가장 좋아하는 그림을 올려봤습니다.
"동화책 속 세계여행" , 우리 아이에게 색의 아름다움을 볼 수 있는 마음을 길러준 아주 소중한 여행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