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소설에 관한 한 차오원쉬엔(曺文軒)은 일가를 이루고 있다. 이전에 출간된 『빨간 기와(紅瓦)』, 『상상의 초가교실(草房子)』 연작을 읽고 깊은 인상을 받았던 터라, 이번 『청동 해바라기(靑銅葵花)』를 독파하면서 그러한 판단을 내리게 되었다. 성장소설이라고 했지만, 기실 ‘성장’이란 용어는 괄호로 묶어도 무방하다. 아이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되 인간이란 무엇인가라는 문제를 깊이 있게 탐색하고 있기 때문이다.

『청동 해바라기』는 중국의 문화대혁명 시기를 배경으로 한다. 『빨간 기와』 연작이 그 혼란상을 정면에서 다루고 있다면, 이 소설은 혼란으로부터 한 발짝 떨어진 데서 써졌다고 할 수 있다. 주인공인 ‘청동’과 ‘해바라기’의 연령이 전작의 주인공보다 어리다는 점, 이데올로기적 국가기구인 학교를 벗어나 자연과 동심이 따뜻하게 어울리는 풍경을 그려냈다는 사실이 이러한 결과를 빚어낸 것으로 판단한다. 따라서 작품의 시작과 끝이 문화대혁명의 여파에 잇닿아 있지만, 구체적 내용은 ‘보리밭 마을’이라는 공동체와 청동?해바라기의 가족사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이야기할 수 있다.

『청동 해바라기』의 미덕은 무엇보다도 따뜻한 정조(情操)에서 찾게 된다. 고난 앞에서 더욱 훈훈해지는 청동과 해바라기의 서로에 대한 배려, 공동체 안에서 빚어진 갈등의 애정 어린 화해, 고아인 해바라기를 한 마음으로 감싸는 공동체의식 등. 주인을 닮아있는 청동의 소라든가 ‘까위’의 수컷오리도 감동을 자아내는 데 큰 역할을 한다. 원형분석을 이용한다면 대모(大母)의 역할에 값할 청동의 할머니 또한 형상화에 성공하였다. 특히 말미에서의 죽음은 주인공들의 성장을 예감케 하는 효과를 탁월하게 이끌어온다. 어린아이는 성장하면서 각자 감당해야 할 세계를 발견하게 되는 것이다. 벙어리였던 청동이 작품의 말미에서 말문을 터뜨리는 장면은 이와 관계가 있을 성싶다. 어린아이를 벗어나면서 세계를 향하여 직접 발언을 해야 하는 데 이른 것이다.

돌아보면 우리의 삶은 너무나 삭막해지고 있다. 교육제도는 경쟁을 통해 순위 안에 올라서는 장치로 전락하였다. 청소년들이 즐기는 게임은 피 튀기는 대결 구도로 진행된다. 마지막 보호막으로 여겨졌던 가족제도까지도 흔들리고 있다. 물론 이러한 현실을 우리는 직시해야 한다. 그렇지만, 이런 현실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먼저 따뜻한 꿈을 가질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그래서 가급적 중?고등학생들이 이 책을 읽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지게 된다. 그리고 꿈을 가진다는 것이 누구에게나 필요한 일임을 깨닫고 있는 이들에게도 이 책을 권한다.
따뜻한 햇살이 더없이 반가운 가을 오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