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잔 패트런(Susan Patron)의 대표작 “The Higher Power of Lucky(2006)"입니다.

 수잔 패트런은 1948년생 미국인으로 순수 아동 문학가입니다. 사실 그녀는 어린시절 책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지만 초등학교 4학년때 담임선생님이 E.B. White의 ‘Charlotte’s Web’을 읽어 주었을 때 책에 완전히 몰입되는 인상깊은 경험을 하면서 책이 얼마나 친밀하고 강력한지 깨달고 E.B. White처럼 너무나 강력하여 사람들이 모든 것을 멈추고 스토리에 몰입하게 되는 그런 글을 쓰고 싶다는 막연한 꿈을 갖게 됩니다. 이 후 책에 빠져서 2007년 은퇴하기 전까지 무려 35년간 로스앤젤리스 공립 도서관에서 거의 살다시피 했는데 어린이 사서를 거쳐 수석 사서가 되고 이후에는 청소년 컬렉션 개발 간사(Juvenile Collection Development Manager)로 어린이 사서를 키워내는 활동도 했었습니다.

 어린이들을 좋아하고, 학교를 자주 방문하고, 그들과 함께 책으로 나누고 얘기하기를 사랑했던 그녀는 결국 자신 스스로 어린이들을 위한 글을 써내려가며 아동문학가가 되는데, 1991년에 출간되어 1993년도 ‘Parent’s Choice Award’를 수상한 데뷔작 ‘Burgoo Stew’를 시작으로 ‘Maybe Yes, Maybe No, Maybe Maybe(1993)’등 여러 주목받는 아동 소설들을 썼고 2006년에 발간된 이 책이 이듬해 ‘Newbery Medal’를 수여하면서 명실공히 아동문학의 스페셜리스트로서 인정받게 되었습니다. ALA의 Caldecott 위원회 등 여러 저명한 아동문학상 위원회에서 활동하기도 하는 그녀는 최근에는 이 책의 후속작인 ‘Lucky Breaks (2009)’ 를 출간했습니다.

 (줄거리) 

 10살 소녀 럭키는 캘리포니아 사막의 작은 마을 Hard Pan(인구 43명)에서 정부의 보조를 받으며 살고 있다. 처음부터 유난히 아이를 원하지 않았던 럭키의 아버지는 그녀를 거의 돌보지 않았고 럭키의 어머니가 사고로 죽자 그의 전부인이었던 Brigitte를 프랑스에서 미국으로 오게 하여 럭키를 입양할 양부모가 나타나기 전까지 그녀를 돌보게 한다. 하지만 럭키는 시간이 지나면서 Brigitte을 좋아하게 되고 그녀가 계속 프랑스를 그리워하고 돌아가고 싶어하는 모습을 보며 그녀가 정말 떠나버릴가봐 두려워한다. Hard Pan 마을의 단주, 금연 클럽 등에서 훔쳐들었던 이야기들을 바탕으로 간절한 소망을 이루어주는 Higher Power가 어디엔가 존재한다고 믿게 된 그녀는 그 Higher Power를 찾아 Brigitte이 프랑스로 돌아가려는 마음을 버리게 하고 싶어 하는데...

 주인공 Lucky가 그려져 있는 노란색 예쁜 표지에 134page의 짧은 길이로 된 이 소설은 아동문학가 수잔 패트론의 대표작답게 아이들이 읽기에 적합하도록 여러 개의 짤막한 길이의 이야기 단위로 구성되어 있고 지루하지 않은 소재와 아기자기한 에피소드들이 귀여운 삽화와 함께 담겨져 있습니다. 

 진짜 아이들만이 할 수 있을 것만 같은 엉뚱하면서도 창의적인 생각과 행동, 어른들은 본질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무의미한(?) bothersome(성가신) 행동, 순수하면서도 때로는 벌레의 마디를 분리하는 행동같은, 이해할 수 없는 유아적 잔인함, 기괴한 것에 대한 묘한 호기심과 끌림 등을 섬세하게 표현하면서도 전혀 유치하게 느껴지지 않고 자연스러운 느낌을 주는 것을 보면 작가는 정말 아이들을 사랑하는 것을 넘어 그들의 생각과 행동을 전적으로 이해하고 있고, 또 그들만의 방식으로 다시 재구성하여 표현해낼 수 있는 뛰어난 아동문학가임을 알 수 있습니다.

 다소 우울하고 슬플 수도 있는 주인공 럭키의 상황이지만, 실제 아이들이 그렇듯 그 상황에서 찾을 수 있는 순수한 재미를 추구하고 현실의 무게와 한계를 고려하지 않는 귀여운 꿈들로 덮어 책을 읽는 동안 독자들에게 불편한 부담감을 주지 않고 오히려 미소짓게 합니다.

 분리불안 등 아이들의 시기에 가장 두려워 할 수 있는 심리적 문제를 다루며 아이들의 시각에서,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사태를 바라보고, 해결점을 찾아보는 과정이 담긴 이 작품은,  성인 독자들에게도 아이들의 세계와 그 시기의 내적 갈등을 좀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도와주는 좋은 작품이라고 생각되는데, 그래서 어린 아이를 키우고 있는 분들에게 특히 추천하고 싶습니다.

 어린 시절 세 자매 중 둘째였던 수잔 패트런은 막내동생을 목욕시키면서 막내가 충분히 씻을 동안 욕조에 얌전히 머무를 수 있게 매번 재미있는 이야기를 만들어 들려주었다고 합니다. 아이들과 이야기에 대한 진실한 애정을 가진, 떠오르는 미국아동문학가의 작품성있는 이 대표작을 꼭 감상해보시기 바랍니다.

 

★★★

 

* 별표는 순수하게 책이 얼마나 어려운 영어로 쓰여졌나를 의미합니다   

 

 

* 개인적으로 이 책의 한글번역본의 의역 제목이 맘에 들었습니다
* 작가가 어린 시절 막내에게 들려주었던 이야기는 그녀의 책 ‘Maybe Yes, Maybe No, Maybe Maybe’ 담겨져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