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릭 와이너의 전작 <행복의 지도>를 읽은 후 그의 팬이 되었다.

다른 작품은 없나 찾아보다가 그의 홈페이지에서 두번째 작품인 <Man seeks God>가 아직 한국에 나오지 않았음을 안타까워했던 기억이 난다. 원서라도 구해서 읽을까 하였으나 주제가 다른것도 아닌 '신'이라니, 너무 심오한 주제에 선뜻 원서구매가 꺼려져 번역본이 나오기만을 기다려는데..해서 이번 신작이 출간되었다는 소식을 접하자마자 얼마나 반가웠는지 모른다.

 

<신을 찾아 떠난 여행>은 주제가 주제인만큼 행복을 말하던 때보다 저자는 조금 진지해진 느낌이다. 여전히 그의 발랄한 문체와 엉뚱한 의문들이 곳곳에서 웃음을 터트려주긴 하지만 종교라는 것이 던져주는 무게감 때문인지 나 역시 조금 진중하게 책을 읽어나가게 된다.

아무래도 신과 종교라는 것은 행복보다는 더 많은 의문과 쉽게 정의내릴 수 없는 복잡한 것임엔 분명한 듯 하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내가 지금까지 갖고 있던 내 종교에 대한 나의 믿음을 되돌아볼 수 있었다.

 

어릴적 부모님 손잡고 멋모르고 교회를 다닌 덕에 지금껏 난 기독교인으로 살고있다.

하지만 철이 든 이후로는 스스로 교회 예배당에 나가 앉아있는 일도 거의 없고, 나의 안위에 염려가 있을 때에나 나의 신을 찾아 기도를 하는 게 전부다.

에릭이 직접 접하고 경험하며 소개하는 많은 종교들, 물론 게 중에는 황당한 사이비종교스런 것도 있고(외계인을 믿는 라엘교는 아무리봐도 나로썬 사이비같다) 어렴풋이 알고만 있었지만 이 기회에 어느정도 제대로 알게된 종교(불교나 이슬람교)도 있다.

한국 사람이라 그런지 불교에서 말하는 많은 것들이 굉장히 쉽게 그리고 친근하게 다가왔다.

기독교임에도 불구하고 불교의 몇가지 교리는 내 인생에 접목해야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특히 세상의 만물은 모두 한몸에서 나온 것이기에 모든 것을 측은지심으로 바라보라는 마음은 앞으로도 잊지 않으려 노력할거다. 각박한 세상, 이해 안가는 사람들, 측은지심으로 바라보니 내 마음이 한결 가볍고 편안해진다. 똑같은 상황에서 내 마음만 살짝 틀었을뿐인데, 신기하다.)

에릭은 유대교 집안에서 태어났지만 정작 자신은 유대교인으로써 의문을 품고 있다. 나 역시 기독교인이라는 내 정체성에 대해서 이번 기회에 다시 생각해보았다. 어쩌면 종교라는 것도 전공 선택처럼 나에게 맞는 것은 따로 있는 건지도 모른다. 가족에게 물려받아 자연스레 믿게 된 하느님이 나에게 딱 맞는 신이었다고 누가 장담할 수 있을까? 나는 왜 단 한번도 내 종교에 의문을 품고 새로운 신, 나에게 맞는 신을 찾아 떠날 여행을 생각조차 못했는지.

이 책을 통해 새로운 여행을 꿈꿔볼 수 있어서 그것만으로 만족한다.

그리고 에릭이 앞으로도 기발한 생각으로 계속계속 책을 써내려가기를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