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과 평화 -

지금까지 생각해오고 보아온 김정일의 모습은 보이는 것만이 다가 아니었다는 것을 이 책을 통해 알 수 있다. 색에 빠져 술을 즐기는 한량의 모습으로 비쳐 온 그는 철저히 본 모습을 감추었던 것이다. 현 북한의 창시자 김일성 수령의 장남으로 태어난 김정일은 어릴 적부터 철저히 후계자 수업을 받아왔고 지금은 드러나지 않는 그의 카리스마는 우리가 알게 모르게 세계를 휘어잡고 있다. 그를 만난 각국의 지도자들도 그의 통찰과 담력에 혀를 내둘렀다고 한다. 세계 각국의 많은 대통령과 장관, 외교관들을 직접 만나 협상 할 때면 거의가 그의 뜻대로 되었다고 한다. 책에 나와 있는 일화들을 보면 대부분이 말하고 있는 김정일의 보습은 유머러스하고 다방면에 박식하며 말에 가시를 숨기고 있으나 그를 숨기지 않고 말하는 대범함과 그러면서도 직접 만나 얘기를 할 때면 상대의 요구 또한 단번에 들어 줄 수 있는 담담하고 통 큰 통치의 모습을 말한다. 그러나 이 같은 사실을 우리는 모르고 있다. 대외적으로 알려진 빈민국가, 마지막 남은 자본주의에 물들지 않은 공산주의 국가 등 이러한 이미지에 색안경을 쓰고 편견을 가지게 된 것이다. 우리는 알아야 한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2008년 세계 파워엘리트 리스트 12위에 올랐다는 사실을. 조그만 분단국가 중 하나인 북한의 통치자가 어떻게 세계 파워리스트에 올랐을까, 이것은 분단국의 나머지 하나인 한국이 북한에 대해 얼마나 안이하게 생각하는지를 생각하게 한다. 한국의 대통령도 그 리스트에는 없다.

경계가 맞닿아 있는 만큼 가까워서 일까, 여러 정책을 펼치며 한국이 식량지원 등을 해 주기에 약소국이라고 생각하는 것일까. 하지만 경계를 게을리 하지 말아야 한다. 책을 읽으며 몇 년 전 읽었던 북한식량지원을 멈춰야 한다는 기사가 생각났다. ‘군사시설을 돌리기 위해 필요한 기름이 없어 지원받은 식량에서 기름을 축출해 시설을 돌린다던 기사와 그 후 한국이 젖은 국수를 지원했지만 그 또한 기술을 개발해 그것에서도 기름을 축출하더라, 그래서 멈춰야한다. 북한의 군사시설이 계속 가동을 할 경우 위협이 될 수도 있다.’ 책에 현 북한의 군사 시설과 군인들의 열악한 환경을 마치 내가 보는 듯이 느낄 수 있는 부분이 있는데, 글을 읽으며 자연스레 떠올리게 되었었다. 그럼에도 핵을 보유하고 있는 북한이 무섭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다. 주변에서의 생각보다 조금 더 북한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상황을 지켜봐왔다고 생각했었지만 역시 접하던 정보물이 언론이어서 일까. 극히 적은 부분만을 알고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물론 언론의 특성상 모든 사실을 알리지는 않는 것을 알고 있지만 책을 읽으면서 볼 수 있는 것은 북한이 세계 언론을 상대로 언론 플레이를 매우 훌륭하게 해내고 있다고 생각된다. 우리가 알고 있는 것이 적은 만큼 북한은 숨기고 있는 것이 많다는 것이다. 그 중엔 현 김정일의 건강 또한 포함 되어 있다. 이에 한국은 좀 더 관심을 가져야 한다. 그의 후계자가 정해져 있지 않은 지금 그의 후계자가 누가 되느냐는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이유는 후계선정에 따라 김정일 이후의 북한이 바뀔 가능성이 많기 때문이다. 책에서 본 김정일의 장남인 김정남은 해외파로 어려서부터 접해온 해외문화로 개방적인 사고를 가지고 있는 듯 보이고 지금 북한의 경제에 큰 축임을 알 수 있다. 차남인 김정철과 삼남인 김정운은 본처의 자식이지만 북한의 유교체제로 장남인 김정남이 가능성은 농후하다는 것을 인정하게 된다. 미쳐 알지 못 했던 북한의 후계도, 정말 새롭다 못해 더 걱정이 더해진다. 김정일 이후의 시나리오는 아직 이렇다하게 정할 수는 없지만 위험한 가능성을 안고 있는 시나리오가 너무 많기 때문이다.

이렇듯 한반도는 위태로운 상황에 놓여있으나 당장의 어려움이 너무 커 다른 곳에 신경을 못 쓰고 있을 주변사람들의 생각도 위험하다 생각하게 되었다. 무관심은 때론 생각지 못한 상황을 불러오기 때문이다. 어렵지만 그래도 내 심신은 편하기에 북한의 어려움에 눈감았지만 이대로 눈감고 있는 상황이 계속되면 북한은 더욱 고립될 것이고 그것은 남북전쟁의 시발점이 될 수도 있겠구나 생각을 하게 되었다. 요즘 신문을 보면 북측의 언론플레이가 도발을 넘어 위험수위에 다다르고 있는 것을 보고 예전에는 화를 내기도 했지만 책을 읽은 후에는 왠지 도움을 청하는 것 같아 더욱 안쓰러워 진다. 우리의 핏줄, 그들에게 큰 관심을 보일 필요를 느낀다.

 

작가소개

장성민張誠珉 한반도의 민주적 평화유지와 우리 민족의 경제적 공동번영을 위해 대한민국강대국론과 민족통합론을 고민하고 실천하는 보편정치가이자, 한반도미래전략가이다. 국민의 정부에서 대통령 비서실 정무비서관과 초대 국정상황실장을 역임했고, 16대 국회 통일외교통상위원으로 활동하면서 한반도 문제에 대한 비전과 정책을 제시해왔다. 한·중·일 3국 정부가 공동 선정한 ‘2002년 동북아 차세대 지도자’, 유럽의회와 유럽집행위원회가 공동 선정한 ‘2003년 한국정치분야 유망주’로 선정되었다. 이런 활동과 전문성을 국내외로부터 높이 평가받아 미국 하버드대학교의 케네디행정대학원, 중국 푸단대학교, 독일 훔볼트 대학 등 세계 유수 대학들에서 초청강연을 해왔다. 서강대학교 정치외교학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했고, 연세대학교 국제학대학원에서 북한정치를 연구했으며, 동대학 경제학대학원에서 경제학을 공부하고 있다. 영국 케임브리지대학교 세인트존스대학 국제문제연구소에서 ‘현대 영국과 국제문제’ 과정을 이수했고, 미국 듀크대학교 국제문제연구소에서 한미 관계와 미국의 한반도 정책을 연구했다. 현재 ‘세계와 동북아 평화포럼’ 대표 및 한국국제정치학회 이사로 북핵과 한반도 평화문제에 대한 활발한 강연과 집필 활동에 전념하고 있다. 영국의 BBC, 로이터, 파이낸셜타임즈, 미국의 AP, 자유아시아방송(RFA), 미국의 소리(VOA), 중국의 차이나라디오인터내셔널, 일본의 아사히TV, 마이니치신문, 교토통신, 코리아타임즈, 코리아헤럴드 등 내외신 언론 매체에 한반도 관련 기고 및 인터뷰를 해오고 있다. 저서와 역서로는 《성공하는 대통령의 조건》《지도력의 원칙》《전환기 한반도의 딜레마와 선택》《미국 외교정책의 대반격》《9.11테러 이후 부시행정부의 한반도 정책》《부시행정부의 한반도 리포트》《강대국의 유혹》 등 다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