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문화 속 법률을 바라보는 어느 오타쿠의 시선'이란 부제가 붙어 있는데 이게 이 책에 도움이 될지 아닐지 모르겠다. 이런 문안의 선택이 독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면 좋겠지만, 괜히 선입견을 심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오타쿠만 이해할 수 있게 내용이 취향 타고 매니악한 책은 절대 아니다. 사례가 애니메이션, 영화, 드라마, 동화를 종횡무진하긴 하지만 이 책에서 사례로 쓰는 작품들은 누구에게나 친근한 대중적인 작품들이다.

 

저자가 특이한데, 보통 이런 책들은 법학자들이 쓰게 마련인데 이 책은 갈릴레오SNC라는 다양한 분야와 전문 필자와 크리에이터가 모인 '콘텐츠 크리에이터 집단'이 썼다. 그래서 학문적 지식에 있어선 전공자들이 중심을 잡고 있지만 사례와 지식을 엮으며 전개하는 것이 굉장히 유연하고 개성적이다. 다만 그 때문에 전체적으로 가볍고 흥미 위주의 느낌을 강하게 주고, 군데군데 쥐어짜기 식으로 엮는 부분도 없지 않은 것은 아쉽다.

 

하지만 의외로 매우 기본에 충실한 구성이다. ‘법학 개론’ 과목을 연상시키며, 군더더기 없이 기본법인 민헌형만 다루고 끝낸다. 전개는 철저히 이야기식 강의 형태로, 중간 중간에 도표나 법조문을 삽입하거나 개념을 정리하고 넘어간다. 비전공자용 법학개론 중 이만큼 쉽고 대중 친화적으로 눈높이를 맞춘 책이 또 있을까 싶다. 법학 전공은 아니지만, 법에 관심이 많은데 일반적인 법률 교양서는 딱딱하게 느껴져 막막한 독자에겐 딱인 책, 가벼워도 있을 건 얼추 다 있다.

데스노트에이름을쓰면살인죄일까, 법학개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