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첫 장에 ‘메리 엘리자베스 브라운의 전기’라 언급하며 '1920-1991 ; 사서, 독자, 친구'란 구체적인 설정까지 해 주인공 엘리자베스의 전 생애를 담고 있지만 실존인물은 아니다. 하지만 세상 어딘가 이런 사람이 있지 않을까 독자들의 상상을 한껏 자극한다. 하늘에서 뚝 떨어진 엘리자베스는 태어날 때부터 마르고 눈 나쁘고 수줍음이 많았단다. 황새의 삽화도 살포시 그려진 걸로 보아 직접적인 언급은 없지만 전형적인 황새전설의 아기 탄생을 묘사하는 시작이지 싶다.

엘리자베스는 다른 아이들과 달리 장난감이나 친구들과 어울리는 것에 관심이 없고 아주 어렸을 때부터 책을 읽기 시작해 온통 하루 종일 머릿속에 책 생각만 가득하며, 책 읽는 걸 세상에서 가장 좋아하였다. 밤이나 낮이나 책만 끼고 사는 엘리자베스, 기숙사 학교에 입학해선 침대 위에 책 짐을 풀다가 침대가 무너질 정도로 집에서 책을 잔뜩 들고 왔다. 수업도 듣는 둥 마는 둥 자기 도서 대출증만으론 성에 안차 친구들에게 부탁해 도서 대출증 여러 개로 책을 빌리게 해선 아무 때나 가져가곤 하였다.

세상물정 모르고 책밖에 모르는 바보 엘리자베스, 어른이 되어선 어느 날 기차를 탔다가 길을 잃어 그 마을에 정착해 아이들을 가르치며 살게 된다. 여전히 책과 함께 하는 삶, 책 무게에 책장이 무너져 내리고 결국엔 발 디딜 틈 없이 집 안이 책으로 꽉 차 더 이상 책을 살수도 외출을 할 수도(현관문도 책들이 막아) 없는 상황이 오자 비책을 세운다. 자신의 전 재산을 마을에 기부해 자신의 집 전체를 엘리자베스 도서관으로 바꾼 것, 그리고 여생은 책 좋아하는 한 친구 집에 얹혀살며 매일 도서관에 출퇴근하며 보낸다.

얇은 동화책이다 보니 빠른 전개에 여백이 많은 이야기다. 데이비드 스몰의 삽화와 어우러지는 사라 스튜어트의 이 동화는 아이보다 어른들이 더 열광할만하지 않나하는 생각을 하였다. 읽으면서 엘리자베스를 마냥 깔깔거리고 부러워하기엔 뼛속이 오싹거릴 만큼 외로움을 느꼈기 때문이다. 그런데 <도서관> 서평들을 찾아보면 아이들이 참 즐겁고 가볍게 책을 받아들이는 걸로 봐서 기우였나 보다. 실제로 이런 삶이 가능한지 여부와 상관없이 평생 한결같이 책벌레로 산다는 것이 참 대단해보였다.

- 번역본이 양장에 더 크고 원서가 페이퍼백에 더 작지만, 가격이 비슷하고 영어 수준이 쉬우므로 원서로 읽는 것도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