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피스톤은 왜 토암바 섬에 갔을까 - 로랑 코르도니에 

 

 

왜 그 동안 스토리텔링에 능한 경제학자는 별로 없다는 편견에 빠져 있었던 걸까. 

어떤 지식을 가르침에 있어 우화를 이용하는 것은 전인류역사와 함께 할 만큼 오래 된 전통이다.

경제학 역시 마찬가지다. 크루소 모형처럼 대놓고 문학 작품에서 찾은 것도 있고 대개 경제학 수업 시간에 배우는 수많은 모형들은 완결된 이야기 형태로 되어 있다. 그걸 설명하기 위해선 또 얼마나 많은 예시를 드는가. 다만 그것이 짤막하고 수식과 그래프로 표현한다는 것 때문에 간과했던 걸까. 경제학자는 글을 어렵게 쓰지 않으면 잘 못쓰고, 경제학자가 경제학을 소재로 쓴 문학 작품은 수도 거의 없으며 있어도 별 재미가 없다는 생각을 은연 중에 하고 있었다.

 

그래서 이 책을 경제학자가 우화로 쓴 경제학 책이란 얘기만 듣고 주변평이라든가 직접 본문 훑어봄 없이 그야말로 '덮어놓고' 선택했다.

그리고 읽으면서 로랑 코르도니에의 스토리텔링력과 글솜씨에 만족스러웠다.

 

로랑은 이 책의 등장인물 이름의 의미부터 새심하게 설정한다. 토암바 섬에서 정기적으로 자본과와 노동자의 의견을 반영해 임금을 정하는 행사를 발라 의식(발라는 마셜과 함께 신고전파 경제학을 확립한 양대 산맥, 프랑스 경제학자)이라 표현한 것도 그런 깨알 같은 저자의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부분이다.

 

토암바 섬은 IMF의 권고에 따라 자국의 경제문제를 해결할 경제학자를 초대한다. 이전에도 IMF에서 전문가를 파견했다가 토암바 섬 경제를 거덜낼 뻔한 적이 있던지라, 시카고학파 같은 공격적이고 극단적인 신자유주의자가 아닌 케인즈의 케도 모르는 정통주류경제학자인 MIT 경제학과 교수 해피스톤을 파견한다(내가 잘못 알고 있는 걸까. MIT 경제학과는 주요 케인지언 요람이자 신고전주의와 케인즈주의를 결합한 폴 새뮤얼슨 같은 인물도 있었는데....해피스톤은 우짜다 저런 순도 100% 신고전주의자가 되었을까)

 

스승교수가 해피스톤을 꼬였던 말대로 그의 눈에 토암바 섬은 경제학 교과서의 기본 모형들을 시행하기 딱 좋게 단순하고 기초적인 경제 수준에 머물고 있다. 그리고 토암바 섬 사람들은 논리적으로 설득하면 따르는 합리적인 인간형이다. 해피스톤이 2년 동안 토암바 섬에서 경제 자문을 하면서 행하는 경제 정책들은 자연스럽게 신고전주의에서 케인즈주의로 다시 후기케인즈주의로 넘어가는데 그 본문의 3단 전계를 보는 데서 짜릿함을 느낀다.

 

읽을 땐 무척 재밌게 읽었는데 읽으면서 생긴 궁금증은 서평을 쓰면서 풀리기 보다는 오히려 증폭되고 있다. 보통 서평까지 쓰면 그 책에 대한 이해와 감상의 정리가 끝나는데 이번 책은 서평을 쓰면서 궁금해지는 게 물밀듯이 더 생기고 있다. 좀 더 공부한 다음 다시 써야할 것 같다. 재미도 있고 지적 자극도 줘서 참으로 고마운 책이네.

 

 

ps-어려운 책은 아니다. 텍스트를 읽는 건 초등학생도 가능하다. 내가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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