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헤밍웨이 저작권 기간이 만료되어 주요 출판사에서 헤밍웨이 선집이 봇물처럼 쏟아지고 있다. 독자들에겐 다양한 선택의 기회, 좀 더 나아진 번역과의 만남, 해적판으로 읽었다는 양심의 가책에서 해방 등의 면에서 반가운 일이지만, 한편으론 너무 많은 번역본에 비교하고 선택하느라 피곤한 일이기도 하다.

 

올해 헤밍웨이 전집의 시작은 민음사가 열었다. 김욱동 교수가 책임 번역하는 이번 민음사의 헤밍웨이 선집은 헤밍웨이 저작권이 풀리기를 기다리며 3년을 준비했다는 얘기가 무색하지 않을만큼 양질의 아웃풋을 제공한다.

 

특히 민음사 헤밍웨이 선집의 첫 편인 <노인과 바다>는 본문과 맞먹는 분량의 해설(본문 120여쪽, 해설 80여쪽, 각주까지 합치면 해설과 본문이 거의 비슷할 정도)이 인상 깊은 책이다. <노인과 바다>에 대한 여러 뒷이야기와 배경지식 등의 꼼꼼한 작품 해제는 물론 헤밍웨이 문학의 전반을 이해하기 좋다. 또 모든 헤밍웨이 책을 시작할 때 배경이 되는 지역의 지도를 표시하며 시작하는 것도 인상 깊다. 번역 역시 오래 준비한 티와 역자의 섬세함이 한껏 티난다.

 

워낙 명저이고 번역도 좋지만, 비평이 탐나서 더욱 혹하는 책.

 

p.s.-다른 헤밍웨이 선집은 마티스의 그림을 넣었는데(물론 아직 공개되지 않은 책이 있어 확신은 못하지만) <노인과 바다>만 헤밍웨이의 사진을 표지로 고집한 것도 특이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