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래뵈도 현직 의사가 쓴 의학 서적이다. 저자 롭 마이어스는 어릴 적부터 <리플리의 믿거나 말거나>를 좋아했고, 의사가 되고 나선 의학잡지도 그와 비슷한 관심과 흥미로 탐독하였는데, 어느날 '칫솔을 삼킨 여자' 사례를 보고, 이렇게 가끔씩 접하는 기상천외한 희귀 의학 사례들을 묶어 의학판 <리플리의 믿거나 말거나>를 만들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하게 한다. 그리고 여러 권위 있는 의학잡지에서 51개의 희귀 사례를 엄선해, 환자의 이름을 바꾸고 누구나 이해하기 쉽게 이야기 형식으로 각색해서 한 권의 책으로 만들어 2003년 출간한다.

 

'의사들도 놀라는 0.1%의 의학이야기'란 부제가 붙은 <칫솔을 삼킨 여자>는 목차에서 각 사례 앞에 붙은 소제목만 읽어도 기상천외하고 흥미진진하다. 읽어보면 대충 9할의 또라이와 1할의 기구한 팔자 비중이다. 책을 읽고 있노라면 변태적인 성적 취향을 가지면 얼마나 위험할 수 있는지 경각심을 느끼기도 하고, 인체의 신비에 놀라기도 하고, 생활의 지혜를 얻기도 하다. 분명히 의학서임에도, 깜짝 놀랄 정도로 술술 책장이 넘어간다.

 

의학지의 내용을 현저하게 쉽게 푼 저자의 노력에, 남편과 공동번역하며 우리의 의료 현실에 맞게 용어나 약품명을 바꾸며 가다듬은 역자 덕에 우리는 매우 편하게 이 책을 읽을 수 있다. 이 책의 결론은 모든 질환이 의학 교과서대로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의사는 항상 여러 가능성을 염두해야 한다는 것과, 그렇지만 이런 희귀 의학 사례가 전체 의료계에 큰 영향을 미치고 현장에 적용될 일은 드물다는 것이다. 그러나 '너무 대중친화적'이기 때문에 평범한 가십책으로 평가절하되기 쉬운 것은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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