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익스피어를 또 한권 읽었습니다. 비극적 존재 <햄릿>입니다. 우리는 희극을 좋아하지만, 비극이 오히려 인간의 마음을 저 크게 정화시킨다는 것을 압니다. 최근의 드라마를 봐도 갈등의 소재가 없으면 참 재미가 없습니다.<미생>같은 드라마에서는 현실의 리얼리티가 살아 있어 더 흥미를 끌고 있지만 대부분의 드라마는 갈등으로 인한 복수라는 소재가 있어야 큰 재미를 끌고 있습니다. 복수가 단지 상대방의 희생으로만 끝난다면 주인공 입장에서는 해피앤딩이겠지만, 주인공 마저 같이 죽게 된다면 전형적인 비극이 되는 것이죠. <햄릿>이 그렇습니다. 리어왕도 그랬습니다. 막내딸 코딜리아의 진실된 말을 듣기 싫어해 비극을 초래했던 리어왕입니다. 결국 리어왕도 코딜리아도 죽는 것으로 끝이 납니다. 멕베드에서도 마녀의 꾐에 넘어가 왕위를 차지 하지만 결국은 멕베드도 그 탐욕 때문에 목숨을 잃게 되었습니다. 여기에 <오델로>만 더하면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이 됩니다.

 

<죽느냐, 사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라는 말로 유명한 햄릿, 이 책 저자는 다르게 해석을 해 놓았더군요. <있음이냐 없음이냐>로 말이죠. 존재냐 무존재냐 라는 말과 비슷하죠. 말이 좀 와닿지는 않습니다.죽느냐 사느냐가 워낙 입에 붙는 해석이었던 것이죠. 단지 번역자는 죽느냐 사느냐의 생사의 문제로만을 국한하기 싫어 <있음이냐 없음이냐>로 번역했다고 합니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모든 것을 다 포함하고 있는 해석이기도 합니다. 있음과 없음 안에 모든게 포함되어 생사의 문제나, 존재의 문제나 가치의 문제를 다 논해 볼수 있는 여지가 생기기 때문이죠.

 

배경은 북유럽인 덴마크입니다. 셰익스피어가 영국인이라 소설이 영국이란 법은 없지요. 리어왕은 영국이 배경으로 나오지만, <오델로><베니스의 상인> 같은 경우는 이탈리아 베네치아가 배경입니다. 또한 멕베드는 <스코틀랜드>였습니다. 이렇게 셰익스피어 당시의 해외사정도 알수 있어 재미가 있습니다. 햄릿은 자신의 아버지가 삼촌에 의해 독살되어 죽었다는 것을 자신앞에 나타난 유령을 통해 알게 됩니다. 그리고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얼마지나지 않아 삼촌의 아내가 된 어머니를 저주합니다. 자신이 사랑하던 오필리아도 여자이기 때문에 마음이 약하고 흔들리는 존재일 거라 단정하고 멀리 하게 됩니다. 재상 폴로니어스는 오필리아의 아버지로 햄릿이 왕으로 오인하여 죽이고 맙니다. 그 사실을 안 오필리아가 미쳐서 물에 빠져 죽습니다. 이 책의 표지에 있는 그림은 < 존 에버렛 밀레이>가 그린 <오필리아>인데, 햄릿의 스토리를 잘 반영하고 있는 그림입니다. 그렇게 오필리아는 죽어서 영원한 햄릿의 연인으로 남게 되었습니다. 햄릿은 복수를 위해 미친 척 합니다. 그의 연기 덕에 햄릿의 대사는 무척 무궁무진합니다. 횡설수설 하는 것 같다가도 그 말속에는 뼈가 살아 있었습니다. 중세 시대에는 복수를 위해 결투를 벌이는 일이 참 많았습니다. 결투를 벌이다 수많은 기사들이 목숨을 잃는 경우도 많았죠. 결국 폴로니어스의 아들 레어티스와 폴로니어스를 죽인 햄릿의 한판 결투가 벌어집니다. 왕의 농간에 의해 햄릿을 죽이려 모이를 하지만, 비극적으로 왕비는 모르고 독주를 마셔 죽고 맙니다. 독을 바른 칼에 찔린 햄릿도 레어티스도, 왕도 결국 모두 숨을 거두게 됩니다. 이렇게 덴마크의 왕실의 비극은 노르웨이의 어부지리가 되면서 끝이 납니다.

 

가족간의 복수극이 더 끔찍하고 슬프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 셰익스피어의 의도인것 같습니다. 영화나 드라마를 보면 부친에 대한 복수를 위해 칼을 가는 아들들이 있습니다. 셰익스피어도 이런 아버지의 원수를 갚는다는 의미를 넘어서서, 복수라는 행위가 인간의 존재와 도덕성에 미치는 영향과 그 행위의 본질을 추구하고자 했습니다. 햄릿은 복수를 위해 미친척을 하면서 자신의 도덕성이 손상되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합니다. 도덕성의 존재없이 자신의 가치도 상실된다는 것을 사색합니다. 그래서 <있음이냐 없음이냐, 그것이 문제로다>라는 말로 자신의 신세를 집약합니다. 복수를 위해 품은 마음속에서 햄릿의 도덕성도, 자신의 숭고한 가치도 사라져 버리고 만것입니다. 결국은 그대로 없음의 존재로 사라져 가는 햄릿의 종말을 우리는 목격합니다. 어느나라의 역사이든 자신의 권력을 위해, 형을 죽이거나 조카를 죽여 왕이 되는 이야기들은 많습니다. 햄릿의 삼촌 클로디어스도 마찬가지입니다. 선왕에 대한 질투와 음모가 고스란히 한 왕실의 비극으로 몰아가게 됩니다. 삼촌과 결혼한 어머니에게 보이는 햄릿의 미움과 사랑은 , 인류가 가정이라는 구조를 유지하는 한 보편적으로 겪게 되는 경험입니다. 어머니는 영원한 내 어머니로 남아 있고 아버지의 아내로 남아 있기를 바라는 아들들의 심리가 고스란히 보입니다. 이런 어머니에 대한 원망과 미움은 고스란히 사랑했던 여인 오필리아에게로 전가됩니다. 오필리아는 햄릿에게서 버림받았고 또 자신의 아버지가 햄릿에 손에 죽자 정신을 놓아 버리고 말았습니다. 그녀의 심리가 얼마나 복잡했을지 원문중에 그녀가 부르는 노래를 통해 보는 너무도 애절합니다. 이 희곡속에 나오는 인물하나하나는 인류가 경험할수 있는 모든 심리의 집약이라 할수 있어, 햄릿의 존재는 몇백년을 이어 내려 오고 있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