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꾼’이라는 접미사는 어떤 일에 전문가적인 소양이 있어 능숙하게 처리하는 사람을 낮잡아 이르는 말인데 저자가 스스로에게 말한 공부꾼은 인격적으로나 학문적으로 된 사람의 어감으로 다가온다. 게다가 앎을 훔쳐내는 학문도둑이라는 표현은 유머러스하면서 오히려 깊이 있는 학자의 모습이 연상되는데 이렇게 표현한 저자의 공부이야기가 어떤 느낌으로 다가올지 몹시 기대가 되었다.

 

공부이야기는 ‘인동 장씨’의 계보를 언급하면서 저자가 태어나기도 전인 먼 조상들의 이야기에서부터 시작된다. 할아버지의 먼 할아버지와의 대화를 통해 저자의 생각과 다짐을 반영하면서 독특하게 이야기를 이끌어 간다. 할아버지가 학교를 보내지 않았을 정도로 일찍이 교육의 제도권 밖에 있었던 그는 그럴수록 공부의 열망이 대단했다. 학교가 아닌 야생에서 시작된 공부는 늘 사유가 전제된 자기 주도 학습이 되었고 그 결과는 피타고라스 정리를 터득하고 자연을 수학적으로 서술할 능력까지 생겨나게 되었다. 이후 우여곡절 속에서 중학교에 진학하게 되었고, 야생에서 배웠던 공부 습관을 바탕으로 고등학교를 거쳐 서울대학교 졸업과 미국에서 박사학위까지 받게 된다. 이 과정에서 그의 공부이야기는 올바른 학문이 무엇인지 언급한다. 경쟁 만능 시대에 살고 있는 요즘 특히, 학업에 경쟁을 부추기는 경우가 많은데 그는 학문은 경쟁이 아니고 기여이며 협동이라고 단칼에 말한다. 그리고 학문의 목표는 국가적 목표가 될 수 없고 인류 공유의 자산이므로 인류와 생명 전체의 생존을 위해 힘을 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학문과 함께하는 삶을 살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였는데 그 의지는 이론 물리학에서 잠시 벗어나 생명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해답을 찾기에 이른다. 결국‘온생명’이라는 개념을 탄생시키고 인간은 어떤 존재인가라는 물음에도 결론을 내리게 된다. 이 개념을 간략하게 설명하자면 지구라는‘온생명’안에 다양한 생물종이 존재하는데 인간도 그 안에 한 자리를 차지하면서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정신활동을 통해 비로소 ‘온생명’의 모습을 볼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다. 극도의 철학적인 사유가 아닌 이상 어떻게 이런 이론을 낼 수 있었을까? 매우 감탄스러웠다. 그는 이제 대부분의 직책에서 물러나서 여가를 즐길 법도 한데 오히려 본격적인 공부를 시작할 삶의 터전을 마련하였다. 80세에 가까워지는 연세이지만 그동안 만족스러운 공부가 아니었기에 공부에만 몰두하고 싶다고 한다. 그리고 마지막 과제인 모든 앎을 하나의 체계로 엮어 세우는 ‘앎의 지구의’를 완성하고 싶다는 소망을 비친다.

 

아직도 공부가 무엇인지 충분히 깨닫지 못해서 공부에 열망과 애착을 보이는 저자의 공부이야기는 많은 사유가 필요했던 책이었다. 그 이유는 어려운 공부이야기는 아니었지만 그의 깊이 있는 앎의 생각과 철학적인 사고를 따라가면서 이해하기에는 시간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저자의 공부에 대한 열정과 공부의 중요성이 주된 내용일거라 생각하며 읽었던 이 책은 더 큰 의미가 담겨져 있었다. 공부와 배움은 인간의 참된 삶이 무엇인지 깨닫게 해 주고 끝이 아름다운 삶을 살게 해 준다는 것을 말이다. 또한 앎의 기쁨이 얼마나 충만한 기쁨일지 간접적으로 느끼게 해 주었다. 배움을 멈추면 순간 늙는다는 이야기가 있다. 세상에 호기심을 갖고 늘 공부와 배움의 자세로 살아간다면 저자처럼 젊고 활기 찬 삶을 살 수 있을 것이다. 인생에서 가장 멋진 일을 만들고 싶다면 꼭 이 공부이야기를 읽어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