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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등산의 의미는 무엇일까? 해발 1,000미터가 넘는 산을 오른 경험으로는 지리산과 덕유산 등산경험이 전부지만 거창하게 등산의 의미를 묻는다면 힘들게 한발 한발 내딛는 발걸음에서 생각하게 되는 삶의 소중함을 느끼는 과정일 것이다. 그런데 히말라야와 같은 높은 봉우리에 도전하는 등반가들은 무엇 때문에 목숨을 걸고 산에 오르는 것일까? 그 해답은 이 책을 읽고 나면 자연스럽게 느끼게 될 것이다.

등반의 시작

히말라야 거벽 등반가이자 이 책의 저자인 박정헌 씨는 중학교 2학년 때 물통을 사러 등산 장비점에 들렀다가 가게 주인의 권유에 암벽 등반의 시작이 되었다. 어린 중학생의 무얼 보고 권유를 했을지 의문이지만 고등학교 때 ‘설악산 토왕빙폭 최연소 등정’ 기록을 세웠다는 것만 보더라도 가게 주인의 눈썰미가 있었나 보다. 이후에 고등학교 졸업도 하지 않은 채 초오유 동계 남동벽 등반을 하였고, 안나푸르나 남벽과 에베레스트 남서벽 등정을 하였다. K2는 새 루트 개척과 무산소 등정이라는 기록을 남겼고 히말라야에 한국의 길을 만들기 위한 노력으로 시샤핑마 남서벽 신루트(코리아 하이웨이) 등정에 성공하였다. 그리고 거벽등반의 마지막이 되어버린 촐라체 북벽 등정에 성공한다.

촐라체에 오르다

[촐라체(Cholatse ․ 6440m)는 이 책의 배경이 되는 곳으로 네팔 동부의 쿰부 지방에 있으며,

히말라야 산맥 최고봉 에베레스트 남서쪽 17Km 지점에 위치한 봉우리이다.]

2005년 1월 후배 최강식과 속전속결, 1박 2일 일정으로 정상을 향해 도전을 시작한다. 그러나 인간의 자만심을 산은 허락하지 않는다. 어마어마한 오버행과 거대한 얼음기둥 그리고 낙석과 눈사태는 그들의 도전을 방해하기 시작한다. 체력이 고갈되어 비박은 늘어가고 결국 속전속결의 계획은 실패하고 4일째가 되어서야 촐라체 정상에 발을 딛는다. 이제는 하산이다. 하산로에 대한 사전 정보가 있었기에 그들은 사전 지식이 있는 노멀 루트로 내려간다. 그러나 안개가 산허리를 감싸면서 시야확보가 어려워지면서 뒤 따르던 최강식은 크레바스에 빠지게 된다.

자일파티(산을 오르는 사람끼리 서로가 로프를 같이 묶는 것)

지름이 5밀리미터 밖에 되지 않는 자일로 서로를 연결한 채 하산을 했던 두 사람은 최강식이 크레바스에 빠짐으로서 저자도 수천 미터가 되는 악마의 입구로 서서히 다가간다. 정신을 차리고 최강식의 생존여부를 확인한 후 갈비뼈가 부러진 상황에 통증을 이겨내며 자일을 잡아당긴다. 그러나 탈진현상과 자일을 붙들고 있는 양쪽 팔이 뻣뻣하게 굳어져 가고 팔에서 힘이 빠져나가면서 더 이상 자일이 움직이지 않는다.

‘자일을 끊어야 하나........’

그러나 절체절명의 상황에 죽어도 함께 죽고 살아도 함께 살아야 하는 자일파티의 운명을 생각한다. 결국 3시간동안 죽음과의 사투 끝에 크레바스에서 탈출을 하게 된다. 극한 상황에서 서로의 믿음과 신뢰의 끈을 놓지 않고 동지애와 형제애를 발휘하여 인간적인 길을 걸어간 두 사람의 모습이 아름답다.

깨달음을 얻다

하산 중에 조난을 당하고 죽음과 직면했을 때 삶의 의미를 깨우친 것일까? 촐라체 원정은 진정한 자유를 얻은 산행이었고, 진정한 등반의 의미를 깨달았다고 한다. 여덟 손가락과 일부 발가락을 잃어버려 거벽 등산가로서의 삶은 더 이상 살 수 없었지만 가족의 소중함을 깨닫게 되었고, 새로운 삶의 끈을 이어가게 된다. 목표 없는 삶에서 방황도 하였지만 이제는 장애를 인정하고 새로운 도전을 시작한다. 사고 이후 1년 만에 자전거를 타고 실크로드를 횡단했고, ‘히말라야 크로스컨트리’ 개념을 비행에 도입하여 패러글라이딩으로 히말라야 산봉을 연결해 넘어가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산에서 내려와 더 많은 일을 하게 된 저자는 제 2의 삶을 살고 있다. 그의 다음 도전이 무엇일지 매우 기대된다.

<출처:네이버>

마지막 장을 넘기며...

9일간의 사투 끝에 설산을 탈출하는 장면은 너무나 극적이어서 가픈 숨을 고르기에 바빴고 믿음이라는 끈 하나에 연결되어 동료를 구해내는 장면은 너무나 감동적이었다. 끈 하나에 삶과 죽음의 길을 택해야 하는 그들의 갈등이 그대로 전해져 오는 것 같았고, 결국 삶의 의지를 반영했을 때 살고자 하는 그들의 노력에 힘을 실어 주었다. 그의 피는 도전의 유전자가 간직 되어 있는 것 같다. 이제는 거벽 등반이 아닌 새로운 도전을 하고 있는 그는 모든 상황에 운명과 같은 끈이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을 간직한 채 새로운 목표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촐라체에서 살아 왔듯이 자신의 삶에 포기와 좌절은 없을 것이라는 그의 의지의 반영은 이 책을 읽은 나에게도 그대로 전해지는 느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