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바보들의 행복한 유언

김 정민 * 노 지민 지음

  기독교의 성경에서 "한번 죽는 것은 사람에게 정하신 것이요 그 후에는 심판이 있으리니(히브리서 9:27)"라고 말하고 있다.  그렇다.  이 세상 모든 사람들은 언젠가는 죽음을 맞이하게 되어있다.  미래에 대한 준비를 하며 살아가는 것이 사람들이라면 언젠가는 찾아오게 될 자신의 죽음에 대해서도 준비를 해야 할 것이다.  과연 자신의 죽음에 대해 어떻게 준비를 해야 할까?

  우리나라의 풍습에 연로하신 부모님들의 수의(壽衣)를 윤년, 윤달에 준비를 해 두면 부모님들이 무병장수(無病長壽)하게 된다는 것이 있다.  죽음을 준비하되 장수(長壽)를 위해 준비해둔다는 조금은 아이러니한 풍습이 현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나는 과연 어떻게 죽음을 준비하고 있는가?  이 세상을 살아가고 있는 모든 사람들에게 언젠가는 반드시 찾아오게 될 죽음, 그 죽음을 어떻게 준비하고 있는가.  물론, 그렇다고 해서 백년도 못사는 사람으로 천년의 근심이나 걱정을 가지고 인생을 살아갈 필요는 없을 것이다.

  ‘바보들의 행복한 유언’ 김수환 추기경, 노무현 전 대통령을 비롯한 세상을 사랑한 39인의 따스한 가르침을 실어 놓은 이 책은 우리들이 어떻게 죽음을 맞이하고 준비해야 하는지를 잘 가르쳐 주고 있다.  죽음에 대한 준비란, 어떻게 근사하고 멋진 혹은 어떠한 방법으로 죽음을 맞이할 것이냐, 라는 미래에 대한 삶을 제시하고 있는 것도 아니고, 언제 찾아올지 모르는 죽음에 대한 불안감 때문에 걱정과 근심의 삶을 살아가라는 것도 아니다.  진정한 죽음의 준비는, 지금 현재 우리에게 주어진 삶을 좀 더 아름답고 올바르게, 그리고 진실하고 행복하게, 사랑하며 살아가고 있느냐, 최선을 다하여 열심히 살아가고 있느냐에 대한 자신의 현재의 삶을 살펴보라는 것이다.  그렇기 위해 자신의 마지막을 위한 말, 즉 유언을 작성해두는 것도 죽음의 준비 중 좋은 예일 것이다.  그리고 자신의 삶 끝에 자신에 대한 살아남은 자들의 평가를 생각해 보는 것도 죽음의 준비일 것이다.  기독교인들이나 내세에 대한 다른 종교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라면 죽음 이후에 맞이하게 될 내세에 대한 생각을 하는 것도 죽음에 대한 준비 중 하나일 것이다.

  죽음을 아름답게 준비한 사람들은 그들의 삶 자체가 아름답고 열정적이었다.  최선을 다하고 맞이하는 인생의 종말은 여한이 없는 종말일 것이다.  “인생이란 페이지를 넘기기 전까지는 누구도 알 수 없는 소설 같은 것이니 끝까지 페이지를 넘기라고 조언해준 아버지께 감사하다”고 한 베스트셀러 작가 시드니 쉘던(Sidney Sheldon)의 말이 기억난다.  무엇보다 자기 자신이 사형수로서 형장의 이슬로 사라지던 순간에 “나는 먹지 않을 테니 내슈빌 거리에서 힘든 생활을 하는 노숙자들에게 내 식사를 보내주세요.”라고 했던 필립 워크맨(Philip Workman)의 유언도 생각이 난다.

  나는 어떠한 유언을 남길 것인가?  물려줄 재산도 없다.  그렇지만 귀한 세 자녀들에게 그리고 사랑하는 아내에게, 그리고 나의 주변의 사람들에게 어떠한 말을 남길 것인가?  살아남은 사람들은 나 자신에게 어떠한 인생을 살다가 갖노라 평가를 하게 될까.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 이름 석자를 남긴다고 하는데 과연 어떠한 모습으로 기억이 될까?

  바보들의 행복한 유언을 읽으며 나름대로 내 자신의 인생을 다시 한 번 깊이 생각해 보며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그리고 나름대로의 유언을 준비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