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순교자 주기철 목사 생애

 

김 충 만 지음

 

  순교자는 하늘이 낸다는 말이 있다. 아무나 마음먹는다고 해서 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아버지와 아들이 순교를 하게 되었다는 것은 인간적 측면에서 한 없이 슬픈 일이겠지만, 하나님 나라에 대한 소망으로는 굉장한 은혜임을 생각해 보게 된다.

 

  이 책의 내용은 이미 우리에게 널리 알려진 이야기이다. 무엇보다 이 책의 저자가 주 목사가, 목사가 되기 전 집사 피택을 받았던 경남 창원의 웅천읍교회 출신이라는 것이 특이하다. 무엇보다 웅천읍교회를 담임했던 고 명신익 목사의 요청에 따라 이 책을 집필하게 되었고, 주 목사의 형 주기찬 장로를 비롯한 여러분들의 도움을 받아 주 목사 당시의 교적부를 비롯한 여러 사료들을 바탕으로 집필이 되어졌다는 것이 이 책의 특징이기도 하다. 이 책은, 1장, 유년 시대. 2장, 오산학교 시대. 3장, 평양신학교 시대. 4장, 목회 시대. 5장, 순교적 신앙. 6장, 순교로 가져온 승리. 총 6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무엇보다 끝부분에서 주 목사의 사망원인이 단순한 순교가 아니라, 일제에 의한 타실의 증거가 있음을 안이숙 여사의 목격담으로 설명하고 있음이 다른 전집에 비해 조금은 다른 듯하다. 사실 익히 알고 있었던 내용이라 새로운 것은 없지만 주기철이라는 한 인물에만 Focus를 맞추기보다 당시의 시대적 상황을 좀 더 깊이 있게 함께 다루고 있다는 점이 새롭게 여겨진다. 무엇보다 주기철 목사가 신사 참배를 반대하긴 했지만 창씨개명에 동참 했다는 점을 새롭게 알게 되었다. 신앙의 정절을 지키는 일에 있어서는 순교를 마다하지 않았지만, 삶의 모습에서는 매우 실용주의적이라고 이해할 수 있을까. 이 책의 내용을 통해 바라본 주 목사의 사상은, 그리스도의 사랑을 바탕으로, 일본이라는 나라 자체를 아주 미워한다거나 절대적으로 배척하였다고 볼 수는 없는 듯하다. 이 땅의 나라보다는 하나님 나라에 대한 소명 의식이 강하였고, 그래서 연희전문학교를 졸업하지 못한 채, 평양신학교에 입학을 하게 되고 오산학교의 교장이 아닌, 목사로서의 직분에 충실하였음을 알 수 있다. 일찍이 조강지처를 먼저 보내고 성도들 앞이 아닌, 남겨진 두 사람 앞에서 통곡을 하였다는 내용을 읽으며 매우 인간적인 주 목사의 성품을 바라볼 수도 있었다. 신자가 되라, 학자가 되라, 전도자가 되라, 목자가 되라는 가르침을 그 누구보다 마음에 새겨두고 믿음을 지켜내기 위해 자기 스스로를 비롯해서 자신의 가정과 가족들까지도 포기하며 걸어갔던 순교자의 길은 모든 믿음의 사람들에게 위대한 발자취를 남겨주셨다고 볼 수 있다.

 

  예나 지금이나 사람들이 함께 하는 공동체 가운데는 진리를 추종하며 진리 수호를 위해 자신의 열망을 포기하기까지 하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그와는 반대로 자신들만의 야망을 위해 진리를 헌신짝처럼 버리는 행동을 마다하지 않는 사람들도 있다. 진리를 따른다고 말하지만, 어렵고 힘든 상황에 처하게 되며, 진리를 포기하는 사람들이 종종 있기 마련이다. 진리를 수호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자신의 목숨을 내어놓을 각오가 있어야 한다. 순교자의 반열에 오른 주 목사가 일제 치하에서 신사참배가 있을 것이라는 일을 미리 알고 일찌감치 일사각오를 외쳤음만 보아도, 순교자의 길은 아무나 걸어갈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재혼으로 주 목사의 사모가 된 오정모 집사의 신앙도 매우 대단하다 여겨진다. 오랜 기간 투옥생활 가운데 연약해 질 주 목사의 마음을 붙잡아 주었고, 가족에 대한 염려를 불식시켜주었던 그 모습은 믿음의 여장부임이 확실하다. 이런 모든 사람들의 함께함과 더불어 성령의 인도하심이 위기에 봉착한 한국 교회를 살리는 불씨의 역할을 하는 순교자의 길을 걸어갈 수 있도록 하였다. 간간히 미화된 듯한 표현이나, 다듬어지지 않은 매끄럽지 못한 표현들도 있었지만, 이 책의 저자가 굳은 결의와 아름다운 희생을 어떻게 표현할까라는 고민 끝에 사용한 최선의 표현이라 여기며 이 책을 덮는다. 이 책을 읽고 난 뒤, 진달래 꽃을 바라보면 마냥 예쁘다고만 할 수 없을 것 같다. 거센 풍랑 앞에 일옆편주와도 같이 금방이라도 삼켜질 것 같은 조국의 교회를 살리며, 일으켜 세우기 위해 분연히 일어났던 순교자의 흘린 피가 느껴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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