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세계사 오류사전

 조 병일, 이 종완, 남 수진 지음

  ‘사관(史觀)’이란 단어를 민중국어사전에서 살펴보면 “역사적 현상을 파악하여 이것을 해석하는 입장”이라고 되어있다. 역사 가운데 나타나는 혹은 소개되어지는 사건은 ‘사실(事實, a fact)’이겠지만, 그것을 바라보고 평가하고 해석하는 것은 사관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역사의 사실 자체가 의도적으로 혹은 무지에 의한 오류로 창작 또는 왜곡될 수도 있다. 그래서 역사는 참 중요하면서도 많은 이견(異見)들이 있기 마련이다.

  이 책은 제목 그대로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세계사 가운데 나타나는 오류들을 소개하고 있는 책으로, 역사의 사실을 다른 관점에서 바라보는 그런 종류로서의 사관에 대한 이견들을 소개한 것 이라기보다는 역사의 사실 자체가 잘못 알려진 또는 왜곡으로 인한 오류들을 주로 소개한 것이라고 볼 수 있겠다.  그래서 그런지 책 표지에 “오류의 가지에서 진실의 뿌리를 찾는다!”라는 글귀가 눈에 뛴다.

  중문과, 노문과, 독문과를 전공하였고 책을 집필하고 신문사 취재 기자를 역임하고, 출판사 기획 및 편집을 전문으로 하였던 세 분의 저자들이 그 동안 우리들이 진실로 믿고 있던 ‘오류의 역사’를 체계적으로 묶어 정리하였다. ㄱ ~ ㅎ 순으로 목차를 정해 인물들에 대한 역사적 오류, 혹은 사건들에 대한 역사적 오류 등 각양의 오류적인 역사들을 체계적이며 논리적으로 재정리하여 진실을 바로 알 수 있도록 소개하고 있다.

  인물들에 대한 역사적 오류들은 주로 그 사람의 치적을 좀 더 과장하여 그 사람을 널리 알리기 위한 것들이 많았다.  만류 인력의 법칙으로 인해 유명한 ‘뉴턴’이 숫자 조합의 명수로 자신의 연구를 진실로 입증시키기 위해 무던히도 노력하며 연구 결과의 숫자를 조작했다는 것과, 말년에는 일확천금을 위해 연금술에 정렬을 쏟았다는 사실에 적잖게 놀라기도 했다. 그리고 미국 화폐 단위인 달러의 원조가 미국이 아닌 독일에서 통용되었던 은화의 단위였다는 것, 무엇보다 인간 보편적 자유를 상징하는 대헌장(Magna Carta)이 철저하게 ‘귀족의, 귀족에 의한, 귀족을 위한’ 문서였다는 것을 소개한 글을 읽고는 지난 날 고등학교 세계사 시간에 배웠던 지식이 한꺼번에 무너져 버리는 느낌과 함께 배신감마저 들었다. 성지 탈환이라는 명분을 앞세웠지만, 사실은 지배 계급의 계산과 삶을 유지하기 위한 전쟁이라고 말하고 있는 십자군 전쟁에 대한 다른 의견도 이 책을 통해 다시 한 번 재확인할 수 있는 기회였다. 무엇보다 절세미인이었다고 알려진 클레오파트라가 150센티미터 키의 통통한 여자였지만 그는 지성을 갖춘 튀어난 인텔리로 말하는 방법이나 몸놀림에 독특한 매력을 통해 카이사르와 안토니우스를 사로잡았다고 말하고 있는 내용은 역시 사람에 대한 아름다움은 견해 차이도 있고, 익숙함과 정겨움, 그리고 뛰어난 지적 매력도 많은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역사는 커다란 강같이 도도하게 흘러가지만 그 역사를 바라보는 사람들은 각기 다른 사관을 통해 해석하고 이해하기도 한다. 물론 자신들의 이익과 번영을 위해 혹은 자신들의 정치적 목적이나 앞날에 대한 발판을 위해 또는 어떠한 목적으로든 역사를 왜곡하고 매도하려는 사람들이 옛날이나 지금도 항상 있기 마련이다. 이 책에 기록된 수많은 역사들이 어떠한 이유로 인해 오류가 되었는지 모르겠지만, 이 책에서 말한 그 자체가 또 다른 의미에서 오류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역사(歷史, 인류 사회의 흥망과 변천의 과정. 또는 그 기록)란 그래서 어렵다. 역사적인 사건을 진실 그대로 바라보고 말할 수 있는 것이 사람들의 능력으로는 어렵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인류 사회의 흥망과 변천의 고적을 있는 사실 그대로만 나열한다면, 과연 그것을 역사라고 할 수 있을까? 결국 지날 날들의 일들을 사관을 가지고 기록해야 하는 것이 ‘역사’아니겠는가? 그렇다면 그 사건을 기록하는 자가 어떠한 사관을 가지고 있는가에 따라 그 역사는 얼마든지 다른 모습으로 소개되어 질 수 있지 않을까? 물론 역사적 사실 자체를 왜곡해서는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겠지만.

  이 책에 소개된 세계사 오류들은 그런 의미에서 사관의 차이에서 오는 오류라기보다는 사실에 대한 오류들이 주로 소개되었다고 바라보는 것이 좋겠다.

  아무튼 나는 이 책을 읽고 지금까지 알고 있었던 역사적 사실들에 대해 좀 더 사실적으로 좀 더 넓고 깊이 있게 알게 되었다. 그래서 배부름을 느낀다.  지적 배부름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