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우는 사람과 함께 울라

    윤 재윤 지음

  성경 말씀에 “지혜(智慧)자의 마음은 초상(初喪)집에 있으되 우매(愚昧)자의 마음은 연락(宴樂)하는 집에 있느니라(전도서 7:4)”는 말씀도 있다. 이런 의미에서 이 책의 제목 “우는 사람과 함께 울라”는 승자의 웃음을 좋아하며 그들과 함께하는 것을 즐거워하고, 패배한 사람들을 쉽게 여기며 우는 사람들을 실패자들로 여기며 살아가는 우매한 사람들을 향한 경종의 말씀과 같다고 할 수 있다.

  이 책의 저자는 피도 눈물도 없을 것 같이 냉혹하다고 느껴지는 현직 판사이다. 그렇기에 어떻게 현직 판사가 이런 책을 쓸 수 있었을까, 라는 생각도 들었다. 혹, 악어의 눈물과 같은 의미로써의 책 내용이 아닐까, 라는 우려도 했다. 그런데 책을 읽는 내내 내 자신의 우려가 헛것이었음을 알게 되었고, 악어의 눈물이 아닌, 진정한 눈물의 의미를 알고 계신, 우리가 생각하는 판사 같은 이미지가 아닌 사람냄새 풀풀 나는 판사님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마음, 모든 것의 시작 * 관계, 나만큼 소중한 너 *  눈물, 가장 인간적인 소통 * 성장, 진흙 속에 피는 꽃 이라는 총 4장으로 구성된 책으로, 각 장마다 사람들의 진솔한 삶을 나타내는 그런 이야기들로 구성되어 있다. 무엇보다 그동안 저자가 자신의 삶 가운데 겪었던 소중한 경험들을 바탕으로 구성된 내용이기에 진실함의 모습들이 고스란히 배여 있다. 때로는 사건을 심리하고 재판하는 재판정의 모습을 보는 듯도 하였다. 그러나 이 책의 모든 부분을 읽고 난 뒤에 느끼는 소감은 따뜻함과 부드러움이다. 그리고 한 없이 넓어지는 마음을 갖게 되어 진다. 마치 눈물을 많이 흘림으로 한결 맑아진 마음처럼 말이다.

  두 종류의 열등감이라는 내용 중, +열등감은 -열등감과 구별된다고 하였습니다. 첫째, 자기가 변화시킬 수 없는 것은 그대로 받아들이고 이 문제로 고민하지 않습니다. 둘째, +열등감을 가진 사람은 자신의 열등한 점을 구체적으로 파악하고 개선할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해 봅니다. 셋째, +열등감을 가진 사람은 현재 개선 가능한 점에 대하여는 있는 힘을 다하여 노력합니다. 열등감을 느끼는 것은 피할 수 없지만 이를 어떻게 활용할지는 우리의 선택에 달려있음을 말하고 있다.

  그리고 “법과 눈물”이라는 글 중에 “유대교 철학자 아브라함 J. 헤셀에 의하면 정의(Justice)는 법이나 판결과 같이 곧고 정확하며 합리적인 올바름을 의미하지만, 의(Righteousness)는 친절, 박애, 관용 등 인격의 질을 의미한다. 즉 ‘의’는 정의를 넘어 연약한 자에 대한 애타는 동정을 포한한다. 법에서 나아가 눈물을 흘리는 것이다. 눈물을 흘리는 정의가 참된 의다. 재판 과정에서 좌절감을 느끼는 원인은 차가운 ‘정의’만 추구할 뿐, 따뜻한 ‘의’를 이루지 못하는 현실 때문이리라.” 는 내용이 눈에 들어왔다.

  ‘정의’를 외치며 부르짖는 사람들은 많지만 정작 삶 가운데 ‘의’를 이루려는 사람들은 그리 많지 않은듯하다. 나 자신도 정의로운 세상을 외치고 있지만, 정말 나 스스로 ‘의’를 이루고자 얼마만큼 애를 쓰고 있는지를 생각해 볼 때 두렵기 그지없다.

  눈물을 흘리는 정의가 참된 ‘의’다. 재판 과정에서 좌절감을 느끼는 원인은 차가운 ‘정의’만 추구할 뿐, 따뜻한 ‘의’를 이루지 못하는 현실 때문이라고 소개한 내용은 내 자신을 되돌아  보게 했다.

  이 책에서 말하는 눈물이란 약자들의 전유물과도 같은 의미로서의 눈물이다. 결국 이 책의 제목이기도 한 “우는 사람과 함께 울라”는 의미는 약자들을 위해 함께 겸손해 질것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본다. 또 한 가지의 의미로는 사자성어 중 “역지사지(易地思之)”라는 말도 있지 있는 것처럼. 우는 사람의 마음이 되어 그 마음을 한 번쯤 헤아려 볼 줄 알아야 된다는 의미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남자로 태어나서는 일평생 세 번만 울어야 한다’고 한 옛 어른들의 말씀이 왜 이렇게 냉정함으로 들려지는 것일까. 정말 남자는 눈물이 없어야 하는 것일까? 내 자신이 보기엔 이 책의 저자 역시 눈물이 많은 감성이 풍부한 사람인 듯하다.

  ‘의’를 이루기 위해서는 우는 자들과 함께 울어야 함이 옳은 것 같다. 우리를 죄악에서 구원하기 위해 이 땅에 오셨던 예수님도 이 땅에서 소외되고 늘 울어야만 하는 약자들을 향해 사랑을 베푸셨고, 그들과 함께 울며 그들의 마음을 진심으로 헤아림으로 진정한 의(Righteousness)를 이루셨다.

  잘못을 범한 사람을 벌하고, 억울한 사람의 억울함을 해결해 주는 법정에서 흘려야만 했던 눈물의 의미는 무엇이었을까? 이러한 법정에서 판결을 내려야만 했던 한 판사의 주옥같은 내용의 이 한권의 책이 내 눈가에 눈물이 흐르도록 만들었다. 그렇다. 사람의 눈물은 그 눈물로 인해 마음이 정화되는 것 같다. 그래서 우는 사람과 함께 울어야 한다는 말 같다. 함께 정화되어 진정한 의를 이루도록 하기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