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서른다섯의 사춘기

한 기연 지음

  ‘여자 나이 삼십대를 남자 나이 오십에 비유 하더라’는 말은 나로 하여금 남자와 여자의 차이가 이렇게 큰 것인가 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심리학자 대니얼 레빈슨은 『여자가 겪는 인생의 사계절』이란 책에서 여자의 삼십대를 특별히 힘든 시기로 접어드는 때라고 하였다. 인생을 난이도 순으로 나눈다면, 난이도 ‘중’에서 ‘최상’으로 바뀌는 시기라는 말이다. 인생의 더 이상의 리허설이 없고 오로지 날마다 막이 오르기로 되어 있는 무대 뒤에서 경험하는 긴박감만이 남아있는 여자들의 삼십대.

  이화여자대하교에서 심리학을 그리고 고려대학교에서 임상심리학으로 석사, 박사 학위를 받고 한양대학교 신경정신과에서 임상심리 인턴과, 한국방송연구원, 서울 백제병원의 임상심리 과정을 거쳐 미국아시안태평양 상담치료센터에서 박사 후 과정을 하였고, 현재 ‘호연심리상담클리닉’의 대표인 저자 한 기연은 이 책의 겉표지에 ‘사랑, 일, 결혼, 자신까지 외면하고픈 30대의 마음 심리학’이라는 말을 덧붙이고 있다.

  이 책은 내담자들의 상담 내용을 토대로 상담의 내용을 적어놓은 일종의 상담사례집이라고 할 수 있다. ‘서른다섯이 두렵다’를 필두로 6장 ‘내 인생에 입 맞추기’까지 총 34가지의 상담 사례를 소개하고 있다. 무엇보다 남자와는 사뭇 다른 여성들의 삼십대, 그들만의 치열한 전쟁 같은 삶의 현장을 이미 삼십대를 지나 오십대의 연령이 된 같은 여성의 입장에서 그리고 임상 심리학자로서의 전문가적인 입장에서 잔잔하면서도 가슴 한 복판을 쓰다듬어 위로하듯 그 해결의 실타래를 풀어내주고 있다.

  이 책을 읽은 나는 남성이다. 그리고 오십대이다. 앞에서 잠깐 비추었듯, 여성의 삼십대는 남성의 오십대에 비교 한다 던 말이 떠오른다. 그렇다면 지금의 내가 겪고 있는 인생의 문제들을 여성들은 삼십대에 겪게 된다는 말인가. 이런 생각에 책을 한 줄 한 줄 읽어가며 성의 차이는 있지만 겪고 있는 인생의 문제는 사뭇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회생활에 어느 정도 적응하고 이제 치열한 삶의 현장에서 두각을 나타내며 자신의 실력을 펼쳐나가야 할 즈음 결혼이라는 또 다른 인생의 문제, 혹은 이미 결혼을 통해 가정생활과 함께 홀로 떠 맞아야 할 육아문제, 온전한 가정주부로의 모습으로 돌아가면 안 되겠냐는 듯 등 떠미는 회사 동료들의 따가운 눈초리 등등 안팎으로 시달리는 삶의 현장이 마치 전쟁의 한 복판이란 생각이 들기도 한다.

  사랑하는 나의 아내는 이제 40대 중반이다. 나의 아내도 삼십대에 이런 갈등과 혼돈의 삶을 겪었을까? 함께 인생길을 걸어온 동반자였으면서도 잘 느끼지 못한 듯하다.  내 자신이 무뎌서일까. 아니면 나의 아내가 잘 참고 견뎌낸 것일까. 이 책에서의 말처럼 “사랑이 어렵고 일이 힘들고 사람이 두려운 서른다섯 청춘들~”이라면….  물론 나의 아내는 서른다섯 나이에 이미 결혼 10년차 정도의 연륜이 되어 미혼의 삼십 오세의 여성과는 사뭇 다른 느낌도 있었을 것이다. 그렇지만 이른 결혼을 통한 자녀 양육과 이른 결혼으로 인한 사회생활의 결여가 또 다른 아픔으로 자리 잡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을 해 본다. 물론 직접 물어보지 않았기에 나로서는 잘 알 수 없는 일이다.

  이 책을 읽으며 남성과 여성의 차이가 많기는 하구나, 라는 느낌이 들었다. 일에서 인정받고, 사람들 사이에서 자존심을 유지하고 무시당하지 않으면서 자신을 존재하게 할 수 있는 묘안을 떠올려야만 하는 나이. 이 책의 저자는 그 해답으로, 원하는 것을 요구하며, 원하지 않는 것은 과감하게 ‘아니오’라고 말하는 것이라고 가르쳐 주고 있다. 그리고 결혼은 긴 세월, 먼 길을 가야함에 있어 혼자가 아닌 둘이 가면 위로가 될 수 있는 동무를 만드는 것이며, 같이 밥 먹고, 휴가 계획을 같이 세우고, 아플 때 걱정해주고, 비슷한 가치관을 공유하며 인생을 함께 걸어가는 것이 결혼이라고 말하고 있다.

  백년도 살길 힘든 인생을 살아가면서 천년의 근심과 걱정으로 살아갈 이유는 없다. 그렇다고 인생이 무한정 낙천적이지만은 안다. 아직 남성과 여성의 성차별이 약간은 존재하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여성으로 가장 힘들고 어려운 삼십 다섯 살의 인생을 살아간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은 아닌듯하다.

  철없던 시절 맞이하던 사춘기와는 사뭇 다른 인생의 중반기에 찾아오는 사춘기 서른다섯. 지난날을 회상하며, 앞으로 활짝 웃게 되어 질 미래를 소망하며 현명하고이미 받은 아픈 상처를 치유해 주고 싸매주는 책이 바로 이 책 인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