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호모 엔젤리너스

이 명희 지음

  불교의 사관(史觀)이 돌고 도는 세상을 바라보는 윤회(輪廻)적 사관이라면, 기독교의 사관(史觀)은 직선(直線)사관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즉,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기 마련이다. 라는 말이다. 지나간 세월들보다 지금이 더 살아가기가 힘들고 더 살벌하기 그지없는 세상인 것 같다.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인간 세상은 정말 종말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것일까. 그렇기 때문에 세상은 점점 더 살기 어려워지고 살벌해 지는 것일까. 이 세상은 아직 살만한 곳인가. 방송국 개그 프로에서 모 개그맨의 외침처럼 정말 ‘일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일까.

  오늘 소개할 이 책을 살펴본다면 아직은 살만한 세상인 듯하다.

  이 책의 저자는 서문에서 이 책에서 말하고 있는 ‘호모 엔젤리너스(Homo Angelinus)’는 인류가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오부지게 착한 인류를 말한다. 고 소개하고 있다. 도구만을 들고 다니며 자신의 이익만을 구하는 ‘호모 파베르(Homo faber)’가 아닌, 자신의 사리사욕만을 위해 구업(口業)을 짓는 ‘호모 로퀜스(Homo Angelinus)’가 아닌, 그리고 단순히 머리만 좋아 혼자서 잘 먹고 잘살 생각만을 하는 ‘호모 사피엔스 사피엔스(Homo sapienes sapienes)라는 이기적인 인류를 넘어 ’천사 같은 인류‘를 꿈꾸며 붙여 본 이름으로 나누고 살 줄 아는 멋진 인간들에게 붙여지는 신인류란 뜻으로 만든 이름이 바로 이책의 제목이기도 한 ‘호모 엔젤리너스(Homo Angelinus)’이다.

  이 책에는 생각을 나누고, 시간을 나누고, 재능을 나누고, 가진 것을 나누는 천사 같이 나눔을 실천하고 희망을 짓는 11명의 엔젤리너스들의 사는 법을 소개하고 있다. 무엇보다 서문에서 당신은 톨스토이인가? 도스토엡스키인가?라는 질문을 통해 어떠한 대가나 이유 없이 단지 도움을 필요로 한다는 한 가지 이유 때문에 선뜻 도움을 베풀며 살아왔는지, 그리고 그렇게 살아갈 자신이 있는지 한참을 생각해 보았다.

  이 책의 저자가 직접 발품을 팔아 직접 만나 인터뷰하고 소개하고 있는 11명의 엔젤리너스는 다음과 같다. (1)푸르텐셜생명 부사장이며, 메이크워시 국제본부 이사인 손 병옥, 메이크워시라는 단체는 난치병 어린이 환자(만3~18세)들의 소원을 들어주며 그들의 투병 생활에 희망이 되어주는 일을 하는 단체이다. 손 병옥 씨는 이 단체의 이사이며, 또 ‘전국중고학생자원봉사대회’를 진해하고 있는 일을 하기도 한다. 그는 봉사는 제일 이기적인 사람이 한다. 라는 역설적인 말을 남겼다.  (2)자신도 불편한 다리를 가지고 있는 장애인으로, 그리고 일러스트라에터라는 직업을 가지고 시각장애인들을 위해 낭독봉사자로 봉사하고 있는 윤 진경. 그는 선한 에너지는 선한 에너지를 부른다고 말하고 있다.  (3)문화의 나눔으로 봉사하는 전 문화부장관 이 어령 이화여대 명예 석좌교수님.  (4)영인문학관 관장이며 이 어령 교수님의 부인되시는 강 인숙교수님. 이 분들은 자신들의 재산을 떨어 문학관을 만들고 문학에 대한 소외자들에게 문학을 나눔하고 있는 훌륭한 분들이다.  (5)한국점자도서관 관장이며 국립장애인도서관 지원센터 자문위원, 나사렛대학 교수인 육 근해. 후천적 시각장애인이셨던 아버지의 봉사정신을 이어받아 시각 장애인들의 보다 낳은 교육을 위해 책이 필요함을 느끼고 점자도서관을 만들어 장애인들과 비장애인들의 지식적 차이를 좁이기 위해 힘쓰고 있다.  (6)30년째 가수로 활동하며 후배들을 위해 시간을 아끼지 않고 배움을 나누고, 어려운 이웃과 결식아동들에게 기부를 아끼지 아니하는 그는 ‘나눔’은 거창한 것이 아니라고 말하고 있다. 그리고 행복하게 나누고 받을 수 있다면 굳이 ‘나눔’이라고 이름 붙이지 않아도, 어느새 그득한 무엇이 된다고 말한다.  (7)선글라스가 트레이드마크이며 다수의 히트곡을 낸 가수, 박 상민. 그는 남양주시 후원 문화조성을 위한 ‘희망케어’의 홍보대사이며 이 밖에도 15개가 넘는 단체의 홍보대사로 좋은 에너지를 공유하는 그가 16년간 이렇게 저렇게 기부한 금액이 약 40억원 이상이 된다고 한다. 그는 비인기 종목 스포츠인들에게 희망이 되고자 한다. 그는 농사를 지으시던 아버지를 통해 기부, 나눔을 배웠다고 한다.  (8)대한적십자사 혈액관리본부장인 박 규은. 그는 헌혈을 통해 나눔을 할 수 있음을 말하고 있다.  (9)강원도 화천의 시골교회 목사, 자칭 대한예수팔아장사회 목사라고 말하는 임 락경 목사. 그느느 결핵환자와 장애인들을 위한 공동체를 만들어 오염되지 않은 좋은 먹거리를 통해 육체도 심신도 고칠 수 있다고 생각하며, 공동체에 머무는 장애인들에게 좋은 먹거리를 위해 직접 유기농 농사를 하고, 장을 담곤 한다. 그는 쉬워야 기부도 하고 나눌 수 있다고 말하면서, 우리나라의 기부에 대한, 그리고 유산 상속에 대한 법적 제도가 고쳐져야 됨을 말하기도 한다.  (10)희망제작소 상임이사 박 원순. 그는 자신을 소셜 디자이너라고 소개하며, 지난 날 자신의 사회적 기득권자라고 할 수 있던 변호사의 자리를 버리고 진정한 나눔과 기부 문화를 위해 힘쓰는 일을 하고 있다. 그는 국가가 나서서 나눔을 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단체들이 나서서, 그리고 후원을 받고 배분을 하는 기관과, 사회봉사나 나눔의 사업을 하는 기관이 분별되어야 함을 힘줘 말하고 있다. 그가 세운 대표적인 후원과 배분의 기관인 아름다운재단이 한 예이다.  아름다운재단은 직접 나눔의 사업을 하지 않고 후원을 받아 사회사업을 하는 기관에 적절하게 배분을 하는 일을 감당하고 있다.  (11)기부문화와 그 확산을 위한 제도적인 대안을 모색하고, 자신의 재능으로 세상에 빛을 더하고 싶은 변호사 한 기찬. 그는 현재 법무법인 신촌 변호사로 일하고 있으며 은퇴 후 ‘독서학교’를 만들어 좋은 생각을 나눌 계획이라는 그는 ‘나눔’이란 그 사람이 절망하지 않도록 도와주는 것이라고 말하며, 기부 문호를 확산시킬 수 있는 제도적인 대안을 위해 힘쓰고 있는 사람이다.

  도스토엡스키가 지금 이 시대에 살았다면, 자신의 글을 인터넷에 올려 콩을 받아 기부를 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마음만 먹으면 눈물 젖은 빵을 먹으면서도 누구나가 쉽게 기부를 할 수 있는 세상이 되었다. 그런데도 우리는 ‘무념무상’으로 살아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봐야 할 것 같다. 이제 당신이 ‘호모 엔젤리너스’가 되실 차례입니다.

  나 역시 아주 조그만 나눔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였다. 아내와 함께 무료 공부방을 열어, 지역에 소외 아동들의 학업을 무료로 가르쳐 주고, 그들의 자존감을 키워주고 비전을 심어주는 그런 일이다. 그런데 이 책을 읽고 나서, 나의 나눔이 얼마나 작고 초라한 것인지를 깨닫게 되었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아직 세상은 살만하구나, 라는 생각도 더불어 하게 되었다. 이제 더 많은 ‘호모 엔젤리너스’가 생겨나 정말 살기 좋은 나라, 살기 좋은 시대를 만들어 가면 좋겠다.